‘사천 논란’에 총선 불출마 선언한 김경율 “대통령실 공식 제안·압력 전혀 없었다”

“마포 주민들부터 개인적 응원해주신 분들껜 죄송”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입장 표명엔 “그렇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5일 본인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제안이나 압력과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있었다면 저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김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대위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통령실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실 압박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한동훈표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였던 김 비대위원은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섰다는 해석과 함께 대통령실이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김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하는지와 관련해 “그렇다. 윤 대통령이 적어도 어제 (KBS와 대담) 녹화를 했고, 방영은 7일 모레가 될 테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제 독단적인 사유라기보다는 적어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민심에 기반해 문제제기가 필요하면 문제제기를 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보수 언론이라는 조중동조차도 제 메시지보다 한 2~3배 높은 톤으로 작년 연말부터 그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가”라며 “당내외 목소리가 우리 당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건 어찌 보면 부끄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비대위원은 본인의 마포을 출마를 놓고 기대하고 응원했던 주민들과 주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마포 주민들, 많은 정치인들, 원로학자와 진보학자 분들 등 개인적 응원을 많이 보내줬고 만나자고 한 약속도 있었다. 기대와 응원이 있었는데, 제가 (이번 총선에서) 마포을 출마로 연결시키지 못한 점은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제가 마포을에 출마해서 그와 같은 뜻을 이루는 게 맞는지 아니면 불출마하면서 (이루는 게) 나은지 고민했다”며 “불출마하면서 몸을 가볍게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위원장과 연락을 했는지 묻자, 김 비대위원은 “그저께 저녁에 처음 통화했고, 어제도 통화했는데 둘 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며 “결심한 이상 바꿀 생각은 없다”고 했다.

끝으로 김 비대위원은 본인의 사퇴로 한 위원장이 공천 주도권을 가져갈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에 대해 “그 의견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묻는다면 동의한다”며 “제가 의도했는지 아닌지와 관계 없이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라 존중한다”며 (김 비대위원이) 주말에 제게 말씀하면서 취지를 잘 설명해줬고, 저는 잘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저는 (김 비대위원이) 출마하시고 (논란을) 이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본인 생각이 강했고 (무엇보다도) 김경율은 누구 얘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기에 뜻을 이해해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가 당정 갈등 빌미를 제공한 측면에서 용산 대통령실에 순응한 게 아니냐고 질의하자, 한 위원장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했다.

앞서 전날 김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22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는다.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비대위원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