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이 서른두살에 '올 타임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2. 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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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파묘' 속 김고은 /사진=(주)쇼박스

배우 김고은(32), 아직 서른둘 젊은 나이에도 가히 '올 타임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매 작품 투철한 사명감과 진정성이 빛나는 연기로 배우로서 자신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신작 '파묘'에서도 '대선배' 최민식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충무로를 이끄는 대세 배우의 품격을 입증했다.

김고은은 연기 엘리트 코스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출신으로, '한예종 전설의 10학번' 배우들 중에서도 원톱에 위치한 독보적인 클래스를 자랑한다.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로 연예계 데뷔와 동시에 충무로를 발칵 뒤집어놓은 바. 이후 영화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 '계춘할망' '유열의 음악앨범' '영웅' 등 출연작마다 얼굴을 갈아끼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비롯해 '유미의 세포들' 시즌1·2, '작은 아씨들'까지 연이어 흥행 홈런을 날리며 안방극장마저 접수했다. 

데뷔작으로 각종 시상식의 신인상 트로피를 싹쓸이, 무려 8관왕을 달성했던 김고은. 벌써 12년째 그 기세가 식지 않고 나날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과 팬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김고은은 4일 공개된 유튜브 예능 '요정재형'에서 독보적인 커리어의 비결을 전하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나이에 비해 이례적인 큰 성과를 거뒀음에도 "'아 내가 이제 한 발 더 나아가는 배우가 될 수 있겠구나', 다행스러웠다.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을 다하자, 이게 전부였다"라는 겸손한 자세를 피력하며 여느 연기자와 뭐가 달라도 다를 수밖에 없던 이유를 짐작케 했다.  

이토록 영리한 배우가 또 있을까. 김고은은 "나는 '완성캐'(완성형 캐릭터)는 당연히 아닌, '성장형'"이라며 연기에 임하는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신인의 위치에 있을 때 진짜 좋은 선배들이 있는 현장을 많이 경험해야겠다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진짜 그게 다다. 왜냐하면 남들보다 빨리 잘 됐지만 아는 게 너무 없었고, 근데 제게 주어지는 역할은 큰 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시행착오 기간을 단축시켜야 했다. 그러려면 방법은 선배들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떤 선배님이 들어가신다 하면 '무조건 할래, 제발' 한 거다. 덕분에 선배님들이 어떻게 현장을 아우르고, 스태프분들을 대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고 똑부러지게 얘기했다. 

/사진=유튜브 '요정재형' 영상 캡처

특히 김고은은 주연 배우로서 강인한 책임감을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아직도 (작품 흥행이) 안 되는 것에 대해 너무너무 슬프고 불안한 게 당연히 있다. 많은 사람과 노력하는 작업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페이는 페이대로 받지 않나. 배우로서 받는 페이에 대한 정말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늘 '돈값 해야지'라는 농담을 치는데, 이건 정말 진심이다. 대중문화 예술을 하는데 아무도 안 봐준다, 그러면 사실 의미가 없는 것이지 않나. 우리가 아무리 의미를 담아 한 작품을 만들든.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욕을 먹더라도 차라리 보고 욕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이에 MC 정재형은 "(김)고은이 너 진짜 멋있고 어른스럽다. 그 시기에 취해 멋 부리기도 하고 스타병이라고, 작품에 대한 건 약간 그 다음 뒷전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잘 되는 이유와 내가 잘해야 하는 이유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다. 근데 고은이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워서 작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강하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명불허전 톱배우 반열에 올랐지만, 부단히도 열과 성을 다해 정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고은은 "선배들에게 첫 시작, 첫 단추를 잘 배운 느낌이다. 그걸 연차가 쌓일수록 느낀다"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더 느낄 거 같은,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두려움이라고 하면 옛날엔 현장에서 물어볼 사람이 많았다. '어때요? 이상해요? 이상하면 얘기해 주세요' 하고. 조언 구할 곳도 많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 좋은 얘기만 해주기 시작하더라. 저는 정말로 듣고 싶어서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진심이라고 느껴질 때까지 3번 4번 5번 계속 물어본다"라고 고민을 꺼냈다.

이어 그는 "특히 초반에, 캐릭터가 안 잡혔다고 생각할 때. 정말 내가 인정되고 '진짜 괜찮구나' 생각이 인정되면 이제 그때부터는 막 해나갈 수 있지만, '아 너무 좋죠' 이런 식의 말을 들으면 불안이 극대화가 된다. 그래서 저는 '그게 아니라' 하면서 매니저 친구한테도 물어보고 누군가는 대답할 때까지 의견을 구하여 파악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이게 더 그럴 테니까, 선배들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특히나 또 지금. 선배들은 누구도 얘기해 주지 않는 이 불안감을 어떻게 하셨을까, 그냥 마냥 잘했다고만 하면 어떻게 해결을 하셨을까. 이런 생각을 요즘에 정말 많이 한다.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확인받고 싶어하는 거 같다. 내가 해석한 게 맞는지, 이 길이 맞는지, 잘 가고 있는 건지, 그런 걸"이라고 터놓았다.

번아웃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간 김고은이었다. 그는 "'도깨비' 끝나고 벗아웃이 왔다. 그때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좀 무서워지고 못 만날 거 같고 그랬다. 근데 이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얼마나 여러 번 찾아올 것이며 그럴 때마다 작품을 안 하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래서 바로 영화 '변산'을 찍은 거다"라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작품을) 좀 하면서 (번아웃을) 이겨내고 싶었다. 앞으로 이런 순간들이 안 올 거라는 확신을, 저는 그때부터 안 하기로 했다.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거라고 봤고,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걸 조금 더 완화해서 오게끔 할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연구하고 생각했다. '(번아웃이) 안 온다'라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너무나 큰 자만이다"라고 똑부러지게 얘기했다.

이러니 김고은의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024년 새해 활동 포문을 여는 '파묘'에는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담기며, 일찌감치 믿고 보는 재미를 보장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로 K-오컬트 장르의 대가로 인정받은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첫 오컬트물에 도전한 김고은과 더욱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극 중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할을 맡아 색다른 얼굴을 꺼냈다. 화림은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톱클래스 무당이다.

김고은 역시 '파묘'에 대해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굉장히 새로운 느낌의 대본이었다. '이 장면은 어떻게 그려질까', 자꾸 상상하게 되더라. 또 그냥 배우들 보는 재미로도 엄청나겠다 싶었다. 그리고 최민식 선배님과 정말 함께해 보고 싶었다. 선배님과 연기 합을 맞추는 그런 기회가 잘 없지 않나. 굉장히 반가운 조합이었다"라며 높은 만족감을 표출했다.

그는 "최민식 선배님에게 굉장히 많이 물어봤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웃음). 촬영 끝나면 선배님에게 가서 '지금 많이 피곤하세요, 복국 집 한 번 가실까요, 오늘은 중식 어떠세요' 이랬다.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말 불안감 없이, 정말 재밌게 찍은 '파묘'다"라고 남다르게 내세웠다.

김고은은 혹여 귀신을 보게 될까, 귀엽게 무서워했지만 작두를 탄 듯 신들린 열연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그는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는 굿이 있고, 목적성이 있는 굿이 있는데 저는 후자에 속하는 선생님들에게 배웠다. 물론 제가 해야 했던 굿도 퍼포먼스가 있지만 아름답다기보다 너무 터프하고 목적성이 있다. 내가 진짜로 신내림을 받는 건 아니지만 컷 하면 과호흡이 올 정도로 찍었다. 뛰는 게 정말 힘들더라"라고 신선한 활약을 예고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실제로 최민식은 "김고은이 투잡을 뛸까 봐 걱정된다"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그는 4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선 "장재현 감독이 오컬트 장르에서 독보적인 연출가 아닌가. '파묘'는 또 어떤 장재현의 마법이 펼쳐질까 이런 궁금증만 갖고 오셔도 된다. 배우들은 부수적이다. 근데 김고은은 다르다. 이번에 정말 장난 아니었다. 최민식은 숟가락만 얹고 가는 거였다. 촬영할 때 진짜 흰자가 보이더라. '큰일 났다' 싶었다. 김고은이 그 신 찍을 때 (유)해진이랑 옆에서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거야' 그랬다. 그만큼 김고은이 대담하고 적극적이고 디테일하게 무속인 역할 해냈다"라고 거듭 극찬을 보냈다.

김고은의 역대급 변신이 담긴 '파묘'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의 명품 앙상블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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