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인간이다"...손흥민 나서게 한 '인격 살인' 악플, 왜 줄지 않나
조규성 악플에 손흥민 "선수 전에 한 인간"
연예인 악플에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비뚤어진 욕망과 편견에서 비롯
처벌강화·악플핫라인 도입 등 대안
"(미나와의 열애) 기사 하나에 5만 개 정도 댓글이 달렸는데 응원하는 댓글이 거의 없었고 90%가 인신공격, 성희롱이었어요."
가수 류필립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악플에 대해 털어놨다. 열일곱 살 연상인 미나와 열애 사실이 알려진 2015년 처음 시작된 악플은 결혼 7년 차 부부를 아직도 따라다닌다. 대부분 두 사람의 나이 차를 조롱하는 내용이다. 그는 "계속 읽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누적이 되다가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무심코 던진 돌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저희가 (지금은)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언제까지 괜찮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축구선수 조규성 역시 악플에 시달렸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문제 삼으며 "예능 나갈 시간에 축구 연습이나 해라" "머리 좀 잘라라"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축구선수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며 보호를 부탁할 정도였다.
2007년 사망한 가수 유니를 비롯해 가수 설리와 구하라(2019년), 배구선수 고유민(2020년)·김인혁(2022년) 등은 생전 악플로 고통받았다. 연예인·운동 선수가 잇따라 생을 마감하면서 네이버와 다음은 2020년부터 연예·스포츠 기사의 댓글창을 없앴다. 하지만 악플은 유튜브와 SNS로 옮겨갔고, 악플이 범죄라는 인식은 아직도 자리 잡지 못했다. 악플은 왜 줄지 않을까.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를 늘어놓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악플을 합리화하려는 궤변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①장난으로 썼다?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은 인정 욕구나 재미를 위해 악플을 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악플러들이 "악플로 받는 관심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소영웅 심리"(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를 바탕으로 악플을 "재미와 자극을 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쯤으로 여기며 마치 놀이하듯 악플을 단다고 지적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연예인에게 표출해 열등감을 털어 내려는 욕망도 깔려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불평등과 정치 양극화,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나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으려 하는데, 그 대상이 연예인이 되는 것"이라며 "삶을 어렵게 한 지배 엘리트가 아닌 연예인, 그중에서도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여성 등이 타깃이 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악플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범죄라는 인식이 낮은 것은 연예인들이 고소하는 경우가 드물고,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2015년 가수 겸 배우 수지 관련 기사에 '국민호텔녀' 등의 악플을 단 누리꾼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8년 만에 모욕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처벌은 벌금 50만 원이 전부였다. 남기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으로 징역형도 가능하지만 거의 벌금형으로 끝난다"며 "기준에 맞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②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악플러들은 연예인의 직업 특성상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악플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악플도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악플과 노이즈마케팅은 명백히 다르다. 김윤태 교수는 "현재의 악플은 명예훼손을 넘어선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합리화하지만 악플의 고통은 치명적이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악플 등 온라인에서의 공격·비난이 스트레스와 자살에 대한 생각 등 정신건강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며 "자신의 의도는 장난이어도 당하는 사람에겐 굉장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NS 운영 기업들은 유해 정보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하고, 소속사도 연예인에 대한 보호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살예방 핫라인처럼 악플 대처법을 알려주는 '핫라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연예인은 감수해야 한다?
연예인은 '돈을 많이 버니까', '공인이니까' 악플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악플러들의 비뚤어진 인식일 뿐이다. 임명호 교수는 "'나는 돈 못 버는데 너는 벌잖아. 너도 나처럼 힘들어야 돼'라는 잘못된 보상 심리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 등 모욕은 누구에게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공인은 정치인이나 선출직 공무원 등 공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이지 연예인처럼 공개된 인물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악플이나 루머는 연예인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이기에 더 악플에 취약하다. 임명호 교수는 "연예인들은 늘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있어서 소진되기 쉽고,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 특성상 예민하기 쉽다"며 "일부 연예인들이 악플이 죽는 것만큼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게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악플을 줄이려면 중간에서 침묵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악플러에게 '그만하라'고 제지해야 한다"며 "다수의 사람들이 계속 의견을 얘기해야 댓글의 편향성, 극단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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