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 재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뭘 맡겨도 잘할 거 같아" 명장의 극찬, 단순 '립 서비스' 아니었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불펜 피칭을 지켜보던 '명장'의 감탄사는 그저 '립 서비스'가 아니었던 모양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다"는 것이 투수 전미르(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평가다.
전미르는 지난해 열린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았다. 전미르는 경북고 시절 투·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뽐내며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롯데는 전미르가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큰 고민 없이 지명권을 행사했다.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전미르는 경북고 1학년 때부터 타자로 기회를 받았다. 당시에는 12경기에서 타율 0.125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2022년 타석에서는 8경기에 출전해 7안타 5타점 5득점 타율 0.280, 마운드에서는 3경기에 등판해 실점 없이 1승 무패를 기록하며 재능을 뽐내시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잠재력이 대폭발했다. 전미르는 타자로 27경기에 나서 28안타 3홈런 32타점 타율 0.346 OPS 1.032를 기록, 투수로는 14경기(67⅔이닝)에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85의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전미르는 투·타 '이도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했고, 무려 30년 만에 경북고를 최정상에 올려놨다. 당시 전미르는 최우수선수상과 함께 수훈상까지 품에 안으며 2관왕을 기록했다. 투·타에서 모두 재능이 뛰어난 전미르를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키울 생각이었다. 지난해 겨울 지휘봉을 잡은 직후 김태형 감독 또한 전미르에게 '이도류'로 기회를 줄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은 타자보다는 투수로 가능성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했고, 일단은 투수에만 전념을 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 유일한 '고졸 루키'로 합류한 전미르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첫 불펜 피칭에 나섰다. 당시 김태형 감독 또한 전미를 지켜보기 위해 불펜을 찾았고, 전미르의 시야에 띄지 않는 곳에서 유심히 투구를 지켜봤다. 이때 김태형 감독이 "힘 좋네 전미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선배들 사이에서 투구에 임하는 루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립 서비스인 것으로 보였으나, 사령탑의 감탄사는 '진짜'였다.
전미르 또한 사령탑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던 만큼 모든 것을 쏟아냈다. 투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전미르는 감독, 코칭스태프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가 떨게 되면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기 때문에 즐기려고 노력했다"며 "가볍게 던지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세게 던졌다. 거의 90~100% 정도의 힘으로 던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이 감탄할 만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령탑은 4일 전미르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다. 지난해 가을에 던지는 것과 지금 던지는 것이 또 다른 느낌이다. 이제 투수에만 전념하니까 좋아진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이어 사령탑은 지난해 가을과 비교를 부탁하자 "밸런스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더 좋아졌다. 준비를 많이 하고 온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령탑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의 곽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곽빈 또한 '배명고 오타니'로 불릴 정도로 고교시절 투수와 타자 모든 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곽빈은 프로 입단 초반에는 부상 등으로 인해 활약에 눈에 띄지는 않았으나, 2022년 후반기부터 본격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지난해 23경기에 등판해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의 성적을 남기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성장하는 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는 워낙 조건이 좋다. A급으로 불리는 고교 선수들도 공은 잘 던지지만, 전미르는 공의 각도와 제구력도 좋다"며 '저 나이 때 곽빈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잠재력인가'라는 말에 "그렇다. 다만 곽빈은 입단 초반에는 자신 있게 공을 못 던졌다. 자신이 지닌 것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자신감을 찾으면서 150km 이상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전미르가 150km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지는 점에서 칭찬을 한 것이 아니다. 김태형 감독은 "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145km 정도의 공을 던져도 지금의 제구력이라면 충분히 중간(불펜)에서 기용할 수 있다"며 "구속은 던지면서 올리는 것은 좋은데, 150km를 (캠프의) 목표로 한다면 무리가 갈 수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투수 코치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4년에 불펜 투수로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에는 선발로 전향할 가능성도 있을까. 사령탑은 "변화구를 던지는 것을 봐야 한다. 선발을 하기 위해서는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슬라이더가 좋더라. 충분히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제구력이다. 일단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 같다. 던지는 스타일도 좋고, 템포도 빠르면서 공격적이다. 마운드에서 모습이 굉장히 좋다"고 혀를 내둘렀다.
투·타 모든 방면에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전미르지만, 김태형 감독의 시선에는 투수로 재능이 더 뛰어난 모양새. 전미르가 어떠한 투수로 성장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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