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이민자 강경 대응책 담은 158조원 규모 안보 패키지 발표
미국 상원이 118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국가 안보 패키지를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이 강경한 불법 이민자 대응 정책을 이 패키지에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마련에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정작 이민자 추방을 외쳐 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 상원 공화당·민주당 의원들은 3개월이 넘는 협상 끝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패키지 발표에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압도적 다수의 상원의원들이 이 합의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상원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 이 합의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방해를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 안보 개선에 대한 예산이 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예산(1050억달러·140조원)에 130억달러(약 17조원)가 추가로 책정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 자격 기준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건수가 5일 연속 일일 평균 5000건을 초과하면 당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이민자들을 망명 신청 기회 없이 국경 밖으로 추방할 수 있다.
WP는 “이 법안은 망명 절차의 허점을 막고, 밀입국 시도가 많을 때 국경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새로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의회가 수십 년 만에 불법 이민자에 대해 취한 첫 번째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재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뇌관이 된 국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과 이번 패키지 발표가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민자 정책에 불신임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 추방 전용기의 운항을 재개하는 등 이 문제를 두고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패키지 합의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의회가 단결해 이 초당적인 합의를 신속하게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내세웠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표심을 빼앗길까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경 관련 합의가 이뤄지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WP에 “트럼프가 승리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패배를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아이오와주 네바다에서 열린 대선 캠페인 행사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법안을 폐기하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AP는 “안보 패키지가 상원을 통과하더라고 하원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트럼프가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상원은 금주 중 이번 패키지에 대한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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