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이민자 강경 대응책 담은 158조원 규모 안보 패키지 발표

이예림 2024. 2. 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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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118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국가 안보 패키지를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이 강경한 불법 이민자 대응 정책을 이 패키지에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마련에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정작 이민자 추방을 외쳐 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 상원 공화당·민주당 의원들은 3개월이 넘는 협상 끝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패키지 발표에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압도적 다수의 상원의원들이 이 합의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상원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 이 합의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방해를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 신화연합뉴스
이 패키지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인도적 지원 601억달러(약 80조원),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141억달러(약 19조원)와 인도·태평양전략 관련 대만 등에 대한 지원 50억달러(약 7조원)를 비롯해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관리 강화 예산 202억달러(약 27조원)가 각각 포함됐다. 

국경 안보 개선에 대한 예산이 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예산(1050억달러·140조원)에 130억달러(약 17조원)가 추가로 책정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 자격 기준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건수가 5일 연속 일일 평균 5000건을 초과하면 당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이민자들을 망명 신청 기회 없이 국경 밖으로 추방할 수 있다. 

WP는 “이 법안은 망명 절차의 허점을 막고, 밀입국 시도가 많을 때 국경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새로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의회가 수십 년 만에 불법 이민자에 대해 취한 첫 번째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재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공화당은 그간 백악관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번번이 반대하며 국경 정책 변경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선 민주당이 국가 안보 패키지에 강경한 불법 이민자 규제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뇌관이 된 국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과 이번 패키지 발표가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민자 정책에 불신임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 추방 전용기의 운항을 재개하는 등 이 문제를 두고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패키지 합의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의회가 단결해 이 초당적인 합의를 신속하게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내세웠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표심을 빼앗길까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경 관련 합의가 이뤄지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WP에 “트럼프가 승리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패배를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아이오와주 네바다에서 열린 대선 캠페인 행사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법안을 폐기하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AP는 “안보 패키지가 상원을 통과하더라고 하원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트럼프가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상원은 금주 중 이번 패키지에 대한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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