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주춤, 토종은 질주…중국인이 마시는 커피 '2년 새 2배'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2. 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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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커피시장 규모 115조원…
루이싱 매장 수 스타벅스 2배,
'배달·협업' 로컬브랜드 급성장
중국의 한 도시 카페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스타벅스(星巴克, 중국명 씽바커)가 로컬 브랜드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 커피시장은 2년 새 무려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섭게 크는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온라인 공습이 중국의 커피 문화 자체를 바꿔놓는 분위기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입과 각종 관련 산업을 망라한 중국 전체 커피 시장 규모는 6178억위안(약 1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3817억위안에 비해 2년 새 두 배 가까이 시장 규모가 커졌다.

내수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WCP(월드커피포털)은 지난해(12월 기준) 중국 커피브랜드 매장 수가 5만여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브랜드를 합쳐 새로 오픈한 매장 수만 1만개가 넘는다.

중국 커피시장 급성장은 루이싱(瑞幸)커피와 쿠디(庫迪)커피를 필두로 하는 중국 로컬 커피브랜드들의 급성장과 맞물려 있다.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면서 좌석이 없는 테이크아웃 및 배달 전문매장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루이싱이 분기 매출(72억위안) 면에서 스타벅스(62억위안)를 앞선 건 한 상징적 장면이었다. WCP는 "루이싱과 쿠디 등은 지난해 1만개 이상의 매장을 신규 오픈했는데 이는 스타벅스 연간 신규 매장 수의 1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레드밀에 따르면 올 1월3일 기준 루이싱의 전국 매장 수는 무려 1만4574개에 이른다. 3분기 말 1만3273개에 비해 무려 10% 가까운 1301개나 매장을 늘렸다.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루이싱에 매출에서 뒤진 스타벅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장을 무려 894개(13.1%) 늘려 7700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루이싱의 매장 수에 크게 못 미친다. 오히려 매장 수 면에서는 7000호 오픈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진 쿠디의 사정권에 들어갔다.

중국을 커피에 눈뜨게 한 것은 지난 1986년 진출한 네슬레다. 공급이 워낙 부족해 커피는 귀족적 문화로 여겨졌다. 진정 중국 커피 상업화의 문을 연 건 스타벅스다. 1991년 베이징 최고 중심가 궈마오에 문을 연 스타벅스 매장의 라테는 19위안(약 3500원), 카푸치노는 22위안(약 4000원)이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488위안(약 90만원)이던 시절이지만 중국은 곧바로 커피에 매료됐다.

중국 온라인 마케팅기업 티타늄미디어앱은 당시 상황에 대해 "스타벅스는 여느 진출국에서처럼 '문화'가 됐다"며 "2001년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정식 가입한 후 외자기업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며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돼 스벅의 가장 충성스러운 소비자가 됐고 이들은 정장과 구두 차림으로 스벅 매장에서 우아한 대화를 나누는 소비의 한 상징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중국 커피시장은 '산발적 테스트'의 기간을 거친다. 스벅을 필두로 하는 미국과 각종 유럽 브랜드, 상다오커피를 앞세운 대만 브랜드, 만(MAAN)커피와 주커피(Zoo coffee) 등 한국 브랜드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누구도 스타벅스를 넘지는 못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을 정확하게 인식한 로컬브랜드들이었다.

2014년 배달전문 리안커피가, 2017년 매너커피가 탄생하는 등 우후죽순처럼 로컬브랜드들이 태어났고, 기린아는 역시 2017년 샤먼에서 태어나 베이징과 상하이로 진출한 루이싱이었다. 차이나비즈니스위클리는 2018년 루이싱을 "휴대폰에서 책상으로 배달되는 커피"라고 요약했고, 2019년 이코노미스트는 "루이싱 커피를 사는 일은 생수 한 병을 사는 일처럼 간단하다"고 전했다. 루이싱은 2020년 회계부정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다시 큰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베이징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4일 중국 베이징의 루이싱커피 매장에서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바이주가 함유된 라테가 팔리고 있다. 2023.9.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인들에게 커피가 특별한 음료에서 언제든 사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전환되는 포인트를 노린 로컬브랜드들의 도전은 적중했다. 스타벅스가 '커피의 문화를 전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는 가운데 루이싱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온라인 대중화에 집중했다.

기민한 판매전략은 덤이다. 지난해 루이싱은 통념을 깨고 기성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중국 대표 바이주(백주) 마오타이와 협업해 술을 섞은 장향라테를 내놨다. 마오타이는 바이주를 향을 기준으로 구분할 때 장향에 해당한다. 마오타이의 특색을 그대로 살린 장향라테는 매출면에서보다 비매출 면에서 크게 기여했다. 품귀인 장향라테 구입이 '챌린지'화 하며 루이싱의 브랜드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스타벅스와 로컬브랜드 간 경쟁은 현재진행이다. 꺾였던 스타벅스도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스타벅스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24% 줄었고 거래량은 22%, 고객당 단가는 3%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1월까지 집계 기준으로 매출 등 주요 지표가 전년 대비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중국 커피시장을 감안하면 승기는 일단 로컬브랜드들이 잡아가는 분위기다. 티타늄미디어앱은 "스타벅스의 쇠퇴와 로컬 브랜드들의 약진은 국내 브랜드와 다국적 거대기업 간 최종적 차별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스벅과 변화에 대응한 로컬 브랜드의 차이가 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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