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준연동형 유지 '야권 명분'에 지역구 단일후보 '실리'
정권심판 강조…비례연합정당 사과 및 명분챙겨
비례 의석수 확보 보다 야권 '단일후보' 연대 전략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초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결단을 내린 것은 비례대표 의석수 챙기기 보단 지역구 야권 단일후보를 겨냥한 전략적 연대를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준연동 비례대표제라는 명분도 얻고 야권 단일후보로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승리를 담보하겠다는 실리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광구 5·18민주묘지 참배 후 '민주의 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형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심판과 역사의 진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형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조하는 병립형 체제로 받아들이되 민주당이 앞세운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 허용 및 최소득표율 3%에 1석 배정, 소수정당 위한 의석 30% 할당 조건을 내걸었으나 국민의힘이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제 하에 여당 위성정당의 대응책 마련 중 준연동형제를 택했고,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위성정당 금지입법을 하지 못한 점 사과드리고, 결국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를 놓고 봤을 때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 국민의힘보다 의석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권역별 병립형을 택할 경우 국민의힘과 의석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고, 총선 즈음 정권심판론이 더 불거지면 더 많은 의석수 차지도 가능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도 총선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해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결정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 외의 반전이 나온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 "대부분 이 대표가 권역별 비례제 발표할 거라 예상했는데 반대로 갔다"며 당황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 대표의 선택은 선거제 개악이라는 병립형 회귀가 당장 민주당 의석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야권 분열 등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당내는 물론 소수정당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통합이 우선돼야할 상황에서 당내에서 이탈세력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소수정당의 반발로 민주진보진영이 갈라진다면 지역구 선거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이 정권심판의 마지막 기회인 만큼 야권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한 듯하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구성을 추진 중인 상황인 만큼 이에 맞서 직접적인 위성정당은 만들지 않는 대신 '준위성정당' 지적을 받더라도 야권 세력이 연대하는 비례연합정당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야권 연대를 통해 여당과의 접전 지역에는 야권 단일후보를 통해 보다 많은 지역구 승리를 꾀할 수 있다는 실리적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회동한 영향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통합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문 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까지 힘을 모아서 상생 정치로 나아가면 정치 바꾸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립형 회귀 반대 제언은 문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 대표에게 해왔던 발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총리 등 당내 어르신들의 제언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합 제스처를 취할 수 있고, 향후 대선을 위해 소수정당과 벽을 세울 것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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