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에 제대로 걸린 전희철 감독의 운수 없는 날
서울 SK는 4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에서 연장 승부 끝에 80-92로 졌다.
정규리그 통산 연장전은 4일 기준 총 366번 펼쳐졌다. 이 가운데 12점 차이로 끝난 건 역대 2번째로 큰 점수 차이다.
2007년 11월 18일 SK가 서울 삼성과 연장 승부에서 98-84로 이긴 적이 있다. 이 경기에서 나온 14점이 연장 승부 최다 점수 차다.
그 다음이 이날 경기 포함 통산 4번 나온 12점 차이다.
참고로 SK는 2014년 1월 30일 모비스와 연장 승부에서 85-97, 12점 차이로 진 적이 있다. 약 10년 만에 똑같은 결과의 패배를 당했다.
SK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이었다.
SK는 4쿼터 종료 직전 77-74로 앞서고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파울 작전을 펼쳤다. 자밀 워니가 10.6초를 남기고 자유투 라인에 섰다. 워니는 이날 경기 전까지 자유투 성공률 55.6%(79/142)로 부정확했다. 이날 처음 던지는 자유투였다. 기록대로 1개만 넣었다.
현대모비스가 작전시간 후 프런트 코트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옥존의 인바운드 패스가 최부경의 손에 살짝 걸렸다. 제대로 걸렸다면 승부는 끝나는 거였지만, 케베 알루마에게 연결되었다. 패스를 했던 옥존도 알루마가 있는 코너로 내려갔다. 이 때문에 최부경과 워니, 오재현이 알루마와 옥존을 에워쌓다.
바꿔 말하면 최부경이 막아야 하는 장재석에게 완벽한 골밑 득점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알루마가 이를 놓치지 않고 패스를 건넸다. SK는 너무나도 빨리 장재석에게 실점했다. 남은 시간은 6.7초였다.
오재현이 5.4초를 남기고 파울을 얻었다. 자유투 라인에 섰다. 오재현의 자유투 성공률은 85.5%(71/83)로 충분히 2개를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1개만 성공하며 4점 차이로 달아나지 못했다.
결국 장재석에게 79-79로 동점을 허용하는 버저비터까지 내줬다. 전희철 감독의 슬픈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옥존은 이날 경기 전까지 3점슛 성공률 25.6%(11/43)였다. 장재석은 이번 시즌 3점슛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 두 선수에게 평소라면 들어가지 않을 3점슛 버저비터를 얻어맞았다.
최소한 워니나 오재현이 자유투를 2개 모두 성공했다면 연장전은 없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말 외는 이날 경기를 표현할 수 없다.
SK는 연장 5분 동안 2점슛 7개를 모두 실패했고, 자유투 6개 중 1개만 넣었다. 야투와 자유투 13개 중 1개만 성공한 것이다.
정규리그 통산 연장전에서 10개 이상 슛을 시도해 1개만 성공한 건 역대 두 번째다.
2003년 11월 15일 안양 SBS가 SK와 1차 연장에서 11개(2점 1/8, 3점 0/3)의 슛을 시도해 1개 넣은 적이 있다.
SK는 전희철 감독의 최단경기 100승 기록을 눈앞에 두고 5연패에 빠졌다.
전희철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 “아홉수에 걸려서 그렇다. 저는 100승을 하고 싶어서 빨리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끝나면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선수와 프런트, 가족까지 부담을 가지고 조심스러워 한다. 코치들도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할 거다. 그 부담감을 떨구고 싶다”며 “저의 100승이 아니라 팀의 100승인데 그게 자꾸 (언론에서) 100승, 100승, 100승 나오니까 그렇다”고 했다.
#사진_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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