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수익률 상위 10개 中 5개가 현대차·기아 ETF… 지금 추격 매수는 위험할 수도
호실적·주주환원 발표에 정부 정책 기대감
개인은 차익 실현… 7거래일간 150억 팔아
“주주정책, 여기서 더 내놓긴 어려워”... 실적도 갸우뚱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저평가 기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주간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또한 자동차 관련 ETF의 상승세가 가팔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저PBR 기업이 주가 부양을 위해 추가로 내놓을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아 이번 급등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ETF 등락률 상위 10개 중 5개가 자동차 관련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 ETF가 이 기간 19.51% 오르며 전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자동차TOP3플러스’ ETF(18.41%)였다. 이어 ‘TIGER 200경기소비재’ ETF(17.81%),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자동차’ ETF(17.63%), KB자산운용의 ‘KBSTAR 200경기소비재’ ETF(17.44%)가 각각 5위, 6위, 8위에 올랐다. ‘TIGER 200경기소비재’와 ‘KBSTAR 200경기소비재’ ETF는 모두 현대차·기아 포트폴리오 비중이 46% 이상인 상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25일 호실적을 발표한 후 잇달아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며 주가가 지난 2일까지 각각 35.95%, 22.70%씩 급등했다. 2일엔 나란히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5일에도 오전 11시 현재 4% 가까이 급등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8400원, 5600원씩 결산 배당을 결정했고, 각각 40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두 종목은 2일 기준 PBR이 각각 0.75배, 1.22배로 저PBR 종목으로 분류된다. 회사의 시가총액과 회사의 자산 수준이 비슷하면 PBR 값은 1배가 된다. PBR 값이 1보다 작은 경우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작다는 뜻으로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달 중 저PBR 종목들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로 인해 자동차 업종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주환원이 향후 더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개인 투자자는 팔고 있다. 지난주 개인은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 ETF를 4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그 외 상위 자동차 ETF도 순매도세를 보이며 총 115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일각에선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PBR 종목에 대한 집중 관리를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이것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 현실적으로 추가 발표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주요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해 왔고, 올해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된 것도 최근의 일”이라며 “따라서 단기간 내 올해 정책이 수정 강화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실적 성장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 판매는 각각 8.6%, 1.7%씩 감소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상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 감소한 14조3291억원이고,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2% 줄어든 11조2314억원이다.
일부 증권사는 자동차 업종이 수요 감소에다 경쟁 심화로 비용이 늘어나는 국면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이 악화해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줄어든다. 낮은 ROE는 저평가 지속의 요인 중 하나다.
DB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고 정상화에 따른 인센티브 상승과 총수요 환경의 정체, 낮은 순수 전기차(BEV) 경쟁력, 줄어드는 내연기관엔진(ICE) 시장 내 경쟁 심화 등 자동차 업계는 실적 악화 요인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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