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소공동과 ‘작은공줏골’[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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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장인 국립중앙도서관은 원래 중구 소공동에 있다가 1974년에 남산으로, 1988년에 다시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 중의 하나가 국립중앙도서관이 처음 있었던 '소공동'이란 지명이다.
소공동이란 이름에서 '작은공줏골'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지자체가 그것을 찾아서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이름은 소공동이 아니라 '작은공줏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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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장인 국립중앙도서관은 원래 중구 소공동에 있다가 1974년에 남산으로, 1988년에 다시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입사 3년쯤 지나 도서관인의 자세를 조금이나마 갖추게 되면서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 중의 하나가 국립중앙도서관이 처음 있었던 ‘소공동’이란 지명이다. 서울특별시청과 명동 사이의 롯데백화점 주차장에는 ‘국립중앙도서관 옛터’라는 돌 푯말이 있다.
시골 소년으로 책에 목말라 있던 국민학교 시절, 아홉 살 많은 큰누님이 사다 주어 읽었던 전집 속의 ‘소공자’와 ‘소공녀’란 소설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었다. 찾아보니 사람들이 부르던 ‘작은공줏골’이란 마을 이름을 한자 작을 小(소)자, 公主(공주), 골 洞(동)자를 빌려 ‘小公主洞’으로 표기했다가 줄여서 ‘小公洞’이라 썼다. 태종 이방원의 둘째 딸 경정공주(慶貞公主·1387∼1455)가 개국공신 조준의 아들 조대림과 결혼해 살림을 차린 남별궁(南別宮)이 있던 곳이어서, 사람들은 작은 공주가 사는 마을이란 의미로 ‘작은공줏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소공동이란 이름에서 ‘작은공줏골’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서울은 모든 공간이 의미 있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소공동은 설명을 읽거나 듣지 않으면 의미 있는 장소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불러왔던 ‘작은공줏골’은 그 이름을 듣거나 보는 순간 무수한 호기심이 일어날 것 같다. 경정공주의 삶에 어떤 특별한 일화나 정치적 의미가 있었는지는 앞으로 찾아봐야 할 일이다. 다만, 지자체가 그것을 찾아서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이름은 소공동이 아니라 ‘작은공줏골’이다. 남별궁이 있던 소공동의 어딘가에 도로명 주소로 작은공주로 또는 작은공줏길 하나 만들어주면 그곳을 걷는 이들에게 궁금증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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