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 제재 비웃듯 런던서 버젓이 석유값 받았다

신기섭 기자 2024. 2. 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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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영국에서 2개 현지 은행 계좌를 버젓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금융 거래 관련 자료와 전자 우편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란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 '석유화학 상사'(PCC)가 영국·중국·러시아·튀르키예를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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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통제받는 석유화학 회사 비밀 네트워크 구축
로이드은행 등 이용해 혁명수비대 자금 확보
이란의 페르시아만 연안 도시 아살루예에 있는 석유화학 복합 단지 모습. 아살루예/AP 연합뉴스

이란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영국에서 2개 현지 은행 계좌를 버젓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금융 거래 관련 자료와 전자 우편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란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 ‘석유화학 상사’(PCC)가 영국·중국·러시아·튀르키예를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기업은 영국 시민권자 개인들과 신탁 계약을 맺은 뒤 중국 등과의 자금 거래를 위해 영국 로이드은행과 스페인계 은행인 ‘산탄데르 유케이(UK)’의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은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해 외국의 친이란 반군 자금 지원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또 미국 정부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자금 조달 규모를 몇억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온 예멘 내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 거점을 폭격하는 등 중동 지역의 친이란 무장 세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 석유화학 상사의 공식 누리집에 따르면, 1990년 이란 국립 석유화학(NIPC)의 상업 부문으로 출발했으며, 2009년 민간 기업 형태로 구조를 변경했다. 2015년엔 이란의 5대 석유화학 제품 수출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회사와 이 회사의 영국 내 법인은 지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다.

이란 석유화학 상사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영국 법인에서 일하던 개인 등 2명과 신탁 계약을 맺었으며, 두 사람은 ‘피코 유케이’, ‘아리아 어소시에이츠’라는 기업을 차렸다. ‘피코 유케이’는 이란의 온라인 사이트 ‘위키이란’이 폭로한 내부 문건을 통해 석유화학 상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산탄데르 은행 계좌를 통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중국 내 법인들과 주로 거래를 해왔다.

아리아 어소시에이츠 또한 이란 본사와 중국 현지 법인의 자금 거래를 중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화학 상사는 2021년 7월 아리아의 대표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대금 지불을 위한 안전한 계좌 번호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아리아의 대표는 계좌 번호를 알려주면서 “석유화학 상사나 상사의 영국 내 법인명이 드러나지 않게 조처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리암 번 영국 하원 기업통상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이 런던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는 적대적인 정권의 자금줄을 끊는 데 동맹국과 발맞춰 행동하지 못한 충격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로이드 은행과 산탄데르 은행은 고객 개인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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