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갈등 커지자 현대사 주목하는 소설들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2. 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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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여수시는 여수·순천 10·19 사건을 다룬 웹툰 '1019......'를 제작해 배포했다.

최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 후보에 선정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는 4·3 사건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뤘다.

일제강점기부터 4·3 사건까지 제주도의 근현대사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선 굵은 서사로 그린 작품이다.

현기영은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4.3 사건을 언급하는 것이 어려웠던 1970년대에 4.3 사건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 삼촌'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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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설명하는 것은 역사
4·3사건, 빨치산, 홍범도 그려
국내외 주요 문학상도 석권
문학은 개인과 사회 모두 천착
“현대사 비극 다룬 소설 늘은 건
사회 대한 위기의식 높아진 영향”

지난 25일 여수시는 여수·순천 10·19 사건을 다룬 웹툰 ‘1019......’를 제작해 배포했다. 지역의 아픈 역사인 여순 사건을 청소년들에게 알린다는 목적에서였다.

28일에는 제주도 소재 대안교육기관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창작 뮤지컬 ‘빗창’을 서울 하자센터의 무대에 올렸다. 학생들은 민간 극단의 지도 아래 공연을 준비했고 4·3 사건이 일어난 4월 3일에도 제주도에서 공연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문화계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콘텐츠들이 제작돼 소비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이념 대립이 격렬해지고,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합의가 분열되면서 현재를 설명해주는 과거의 역사가 창작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4·3 사건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이 경찰지서 12곳을 습격하며 벌인 폭동을 막는 과정에서 3만여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여수·순천 지역 국군 제14연대에 잠입해있던 공산주의자들이 진압 명령을 어기고 반란을 일으키면서 또다시 지역민들이 피해를 입는 여순 사건이 일어났다. 건국 전후의 혼란 속에서 극심한 이념 갈등이 힘없는 민간인들을 희생시킨 것이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쓴 한강 작가. 문학동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가장 활발히 다뤄진 분야는 소설이다. 최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 후보에 선정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는 4·3 사건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뤘다. 현실과 환상이 섞인 서사 구조 속에서 생존자의 고통과 지워지지 않는 학살의 상흔을 덤덤하지만 선명하게 그렸다. 지난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 ‘제주도우다’를 쓴 현기영 작가.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령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은 현기영(83)의 소설 ‘제주도우다’(창비) 역시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영향을 다뤘다. 일제강점기부터 4·3 사건까지 제주도의 근현대사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선 굵은 서사로 그린 작품이다. 현기영은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4.3 사건을 언급하는 것이 어려웠던 1970년대에 4.3 사건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 삼촌’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현기영은 대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참혹한 비극을 껴안고 지금까지 왔다”며 “제주도의 역사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
지난해 만해문학상과 5.18문학상을 받은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는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가 겪은 질곡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빨치산 아버지를 뒀고 데뷔작 ‘빨치산의 딸’이 판매 금지를 당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념 대립과 그로 인한 인물 간의 갈등을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전달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2월 현재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023년 교보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6위를 기록했다.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일대기를 다룬 방현석의 소설 ‘범도’(문학동네)도 지난해 6월 출판돼 화제를 모았다. 13년에 걸친 취재와 집필로 탄생한 ‘범도’는 출간 두달 뒤인 8월 홍범도의 좌익 경력을 두고 정치권에서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동상에 대한 철거 논란이 벌어지며 재차 주목 받았다. 방현석은 ‘범도’로 요산김정한문학상, 임종국상 등을 수상했다. 방현석(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은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다가도 사회의 문제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을 시계추처럼 반복한다”며 “사회에 대한 위기 의식이 높아지면서 작가들이 역사와 사회에 대한 작품을 치열하게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작가.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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