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향해 분노의 하이킥…'노쇼'에 4만 홍콩팬 폭발 "못해도 5분은 뛰어야지"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역시 라이벌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과 중국에서 노쇼로 말썽을 일으킨 가운데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도 같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5일 'CNN'에 따르면 메시가 홍콩 투어에 불참해 야유와 환불 요구를 받았다. 인터 마이애미는 전날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와 친선 경기를 펼쳤다. 메시를 보기 위해 4만석 규모의 홍콩 스타디움이 매진돼 압도적인 환호 속에 시작됐던 인터 마이애미의 투어는 팬들의 분노 폭발로 시끄럽게 마무리됐다.
메시가 부상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전날 공개 훈련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출전 가능성을 내비쳤던 메시지만 이날은 벤치만을 지켰다. 메시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은 홍콩팬들은 출전을 요구하는 원성을 쏟아냈고, 급기야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서자 환불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주최한 곳은 베컴 구단주가 마이크를 들 때 불꽃놀이와 트로피 수여 등 화려한 세리머니를 준비했는데 경기장을 뒤덮은 야유에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메시의 얼굴이 대형 전광판에 비춰질 때마다 야유 강도는 거세졌다.
홍콩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메시뿐만 아니라 루이스 수아레스도 결장했다. 수아레스는 사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 출전을 예고했지만 정작 뛰지 않았다. 또 다른 주요 선수인 조르디 알바와 세르히오 부스케츠도 후반만 뛰어 더욱 실망감을 안겼다.
인터 마이애미가 스타플레이어들을 출전시키지 않은 데 홍콩 정부도 "행사 주최자는 메시 결장에 대해 팬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정부와 팬들은 행사 주최 측에 상당히 실망했다"며 "스포츠이벤트위원회는 메시가 뛰지 않은 만큼 행사 추최 측의 후원금 공제와 관련해서도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팬들은 환불을 요구했다.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게 분명해지면서 경기장은 "환불, 환불, 환불"을 외치는 소리도 가득했다. 이날 경기 티켓은 지난해 12월 1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고, 가격대는 최소 880 홍콩달러(약 15만 원)에서 최대 4,880 홍콩달러(약 83만 원)였다.
메시와 수아레스 등이 결장한 것과 관련해 행사를 주최한 측도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타타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메시를 기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매우 늦게 내려졌다. 클럽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출전시키지 않았다"며 "메시와 수아레스의 부재에 팬들이 보여준 반응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의료진과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다. 경기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 여러분의 실망감을 이해하고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 리스크가 너무 컸다. 메시는 허벅지 내전근에 염증이 있다.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며칠째 악화되고 있다. 수아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 도중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라고 덧붙였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마르티노 감독은 "의료팀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우리는 다가오는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메시를 뛰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어제 막바지 훈련을 했고, 경기 당일 아침까지 살폈다. 오후가 되어서야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라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는 지난해 메시를 영입해 깜짝 놀라게 했다. 2018년에 창단해 여전히 신생 클럽에 불과한 인터 마이애미는 데이비드 베컴 공동 구단주의 인맥을 활용해 메시와 손을 맞잡았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하고 역사적인 첫 우승을 안겼다. 미국과 멕시코 클럽이 모두 나서는 북중미 리그스컵을 통해 미국 무대에 데뷔한 메시는 7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총 10골을 뽑아내면서 창단 최초 타이틀을 선물했다.
이를 바탕으로 메시는 MLS에도 첫 선을 보였고 후반기 짧게 뛰고도 총 14경기 11골, 1개의 우승으로 1년차를 마쳤다. 짧게 뛰고도 인터 마이애미의 올해 최고 선수(MVP)에 선정되자 메시는 "새 팀에서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첫 시즌에 적응한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멈추지 않는 선수가 목표"라고 다짐했다.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는 현재 2024시즌을 대비해 평가전에 매진하고 있다. 홍콩으로 건너오기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메시는 이곳에서 굴욕을 당했다. 알 힐랄과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은 메시지만 인터 마이애미는 3-4로 졌다. 특히 알 힐랄의 마이클 델가도에게 실점한 뒤 호날두의 상징인 '호우 세리머니'를 눈앞에서 봐야만 했다.
호날두를 상대로 라이벌전을 펼치리라 예견됐으나 무산됐다. 메시와 호날두가 현역으로 맞붙는 마지막 메호대전이 유력했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더불어 호날두가 최근 메시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어서 맞대결에 눈길이 모아지기도 했다. 호날두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글로브 축구 시상식에서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뒤 리그에서 경기당 1골의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준 데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보다 권위있는 프랑스풋볼 발롱도르나 국제축구연맹(FIFA) 더 베스트 시상식에서는 외면받았다. 대신 메시가 두 단체 모두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 커리어와 위상 면에서 차이가 더 벌어졌다.
그래선지 호날두는 "요즘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은 신뢰를 잃고 있다. 물론 메시가 수상할 자격이 없다거나 홀란드, 음바페의 자격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팩트는 숫자다. 숫자는 그 누구도 속일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런데 메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알 나스르와 친선 경기에서도 후반 막판에야 투입됐다. 호날두와 마지막 '메호대전'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기였지만 호날두가 부상으로 뛸 수 없었고, 메시도 후반 38분에 들어가 긴 시간 뛰지 않았다.
이미 예견됐던 노쇼일 수 있다. 인터 마이애미의 해명도 메시의 부상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홍콩팬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쉬이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메시의 팬이라 아들의 이름까지 리오넬이라고 지었다는 한 팬은 CNN과 인터뷰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적어도 5분은 출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럴줄 알았다면 우리는 이런 티켓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홍콩에서 메시를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모두가 흥분했다. 그런데 토요일 훈련도 시간이 짧고 보여준 게 별 것 없었다. 오늘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 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메시의 열성팬인지 "인터 마이애미가 너무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친선 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차라리 미국으로 초청해 경기했어야 한다"며 "그들이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구단의 결정을 더욱 나무랐다.
그러나 다수의 홍콩팬은 메시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야후 홍콩'은 "경기 종료 후 인터 마이애미 선수들의 홍보판 속 메시의 목이 잘려있었다. 누군가는 발차기로 메시의 얼굴을 차기도 했다"고 세기의 사기와 다름없다고 바라봤다.
메시와 경쟁하려던 홍콩 올스타 선수들도 아쉬움이 크다. 훙파이는 "메시와 경기하지 못해 꽤 실망스럽다. 개인적으로 메시가 홍콩에 자주 방문하지 않기에 이번 기회가 아쉽게 느껴진다"면서 "그래도 꽉 찬 경기장에서 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라고 했다.
메시의 결장을 보면 호날두의 상암 노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호날두는 2019년 대한민국을 방문했을 때 노쇼를 일으켜 상당한 비판을 들었다. 당시 호날두는 유벤투스와 함께 방한해 K리그 올스타와 친선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유벤투스를 초청한 대행사는 호날두가 45분 이상 뛸 것이라고 홍보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5천석이 매진될 만큼 많은 팬이 몰렸다.
호날두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래도 언젠가 투입돼 상암벌을 누빌 것이란 기대에 찼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은 이름을 호명하며 짧게라도 출전을 요청했으나 호날두는 팔짱만 낀 채 무시했다. 끝내 1분도 뛰지 않은 호날두는 사과나 양해 한번 구하지 않았다. 노쇼에 화가난 국내 팬들이 메시 이름을 연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하기까지 했다.
호날두는 최근에도 중국을 방문해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사전에 경기를 취소했고, 호날두가 직접 중국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불과 5년 전 상암 노쇼에서는 얼굴을 빳빳이 들고 이탈리아로 출국했었던 호날두였는데 중국에서는 "축구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게 있다. 22년 동안 축구를 해왔는데 부상을 많이 당하지 않던 선수였다"며 "투어를 즐기러 중국에 왔는데 뛰지 못해 슬프다. 2003년부터 꾸준히 중국을 방문했었다. 그래서 이곳은 제2의 고향과 같다. 그런 곳이라 더 슬픔이 크다"라고 사과했다.
호날두의 변은 길었다. 그는 "팬들도 아쉬움이 크겠지만 반대로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축구이고 인생"이라며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난 데 슬프기 그지 없다. 우리는 중국인들을 위해 다시 올 것이다. 이게 내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호날두의 약속과 함께 알 나스르도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투어 일정이 연기됐다"며 "주최 측과 협의해 가장 빨리 새로운 경기를 준비하겠다. 선예매 티켓도 전액 환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메시도 홍콩 노쇼로 아시아 팬들의 눈밖에 났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 사태에도 여전히 투어를 진행한다. 이제 일본으로 이동해 7일 비셀 고베와 친선전을 펼친다. 메시의 몸상태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팬들도 메시 노쇼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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