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안보장관 “트럼프 집권이 더 좋아”

김미향 기자 2024. 2. 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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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대표적 극우 성향 장관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기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47)은 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이스라엘에 더 나을 것이고,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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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그비르 미 언론 인터뷰
“바이든, 이스라엘에 전폭적 지원 안해”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지난달 28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극우 주최 정치행사에 나타나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대표적 극우 성향 장관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기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47)은 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이스라엘에 더 나을 것이고,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이 유력시되는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진압할 더 자유로운 수단을 줄 것이라 믿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우리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 하마스로 가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가자지구에 연료를 제공하는 데 바쁘다”며 이스라엘 우파들의 대중적 정서를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이례적으로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그는 자신이 이끄는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통치를 약화시킬 수 있을 만큼 연정 내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츠마 예후디트는 지난 2022년 말 열린 총선에서 6석을 차지했으며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만약 지금 총선이 열리면 이 정당이 8~9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 의석은 전체 120석 중 32석에 그쳐 오츠마 예후디트 같은 극우 정당들이 연정에서 이탈하면 정권 유지가 어렵다. 벤그비르는 “네타냐후 총리가 기로에 서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하마스가 완전히 패배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이스라엘 인질 석방 협상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건설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으로 전 세계 이주를 장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하마스가) 석방하게 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스라엘 극우파”라며 “(벤그비르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더 오른쪽으로 몰아넣는 이스라엘의 선동가”라고 표현했다.

이스라엘 중도파 정치인들은 벤그비르 장관의 발언에 반발하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 장관을 징계할 것을 촉구했다. 야권은 벤그비르 장관이 자신의 개인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더 큰 분쟁을 일으키려는 위험한 도발자라고 비판했다. 전시 비상 내각에 참여 중인 전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스라엘의 전략적 관계, 국가안보, 현재 전쟁 노력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제1야당 예쉬 아티드의 대표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벤그비르 장관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어 서둘러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전쟁 발발 이후 바이든 정부로부터 받은 무기, 국제 공조 등의 지원에 크게 감사드린다”며 “우리 사이에 이견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는 단호하고 균형 잡힌 결정으로 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총리는 “주권 국가로서, 우리는 미국 우방국들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한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은 항상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든 거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마스는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영구히 끝내고 이스라엘군을 철수하라고 요구 중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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