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대한민국 해저자원탐사 새로운 도약, 탐해3호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 대항해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넓은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은 갖춘 셈인데 그 길로 나가아기 위한 수단, 즉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 과학기술의 굴기로 상징되는 우주만큼이나 바닷속 세계는 심해의 압력과 온도, 어둠의 극한 상황을 넘어서야 하는 여전히 미지와 탐구의 영역이다. 바다 아래에는 육지보다 2배 이상 넓은 땅이 있기에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무수한 자원과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해결할 열쇠들이 잠들어 있다.
주요 자원보유국의 자원무기화 추세가 심화되고, 러-우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의 지정학적 위기, 미국과 유럽의 법제화까지 맞물려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의 확보를 통한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영역인 바다에서도 그러한 물밑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 정부는 세계 최초로 자국 영토 내의 북극 심해에 있는 리튬, 스칸듐, 코발트 등 첨단산업의 필수 자원의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오는 3월 초까지 각종 희토류를 영해 내 심해에서 채굴하는 방안에 대해 국방부 주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은 2025년 태평양에 있는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수심 약 6000m 심해에서 해양 희토류 시험 채굴을 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핵심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도 심해 광물 채굴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바닷속, 즉 해저의 지질자원탐사도 기술패권의 영역이 된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해양지질분야 자원탐사의 역사는 47년이 됐다. 1977년 연근해 조사용 소형 선박 탐해호를 시작으로 1997년 국내 최초물리탐사 연구선 ‘탐해2호(2085톤)’를 취항하면서 전문화된 해저자원 물리탐사와 해저지질조사의 시대를 열었다. 탐해2호는 국내 해역에서 석유·가스 자원탐사를 주로 수행하며, 경계 해역에서 자원부존 유망성 탐사 등을 통해 주변국과의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기본 정보를 제공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미래 청정에너지 가스하이드레이트 탐사라는 한계 연구에 도전하여 2007년 세계 5번째로 동해 울릉분지 남서부 해역에서 실물 채취에 성공했고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 해역에서 실시하는 연차별 지질조사와 물리탐사를 통해 해저지질도와 다양한 해저지질주제도를 만들어 제공하고, 해저 단층대와 사면사태 등의 해저지질재해 조사와 연구를 통해 국민안전 확보에도 기여해왔다.
지난 27년간 국내 해역을 누벼온 탐해2호가 작년 12월 8일 퇴역함에 따라 그 바통을 ‘탐해3호(6926톤)가 넘겨 받았다. 최첨단 중대형급 3D/4D 물리탐사연구선으로 국제적 수준의 고도화된 물리탐사장비를 갖춘 바다위 연구소라고 불릴 정도다. 더군다나 디젤 전기 추진시스템, 동적위치 제어기능, 극지 탐사를 위한 내빙등급(1B)까지 갖추고 있어서 5대양과 대륙붕, 극지 주변 바다 등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다. 해저지층구조와 해저자원 유망구조 및 부존특성을 파악하는 3차원 해저물리탐사를 넘어 시간에 따른 지층 변화까지 탐지하는 4차원 해저물리탐사도 가능해져, 시·공간적 해저지질정보 수집 능력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다 위 특급 연구소가 된다.
탐해3호로 대양 탐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연구원이 지난 4년간 국제해저시추사업(IODP) 시추시료 700여개를 분석하고 연구하며 확보한 해저희토류 나침반 지도를 활용해 태평양 해저퇴적물에 묻혀있는 희토류 자원에 대한 정밀 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태평양 섭입대의 알류샨 해구 등에서 미국지질조사국과 공동으로 해저지진 등 지질재해 관련 연구도 탐해3호를 활용해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풀리지 않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결책도 바다에서 찾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은 부지의 확보 문제와 국민 수용성 때문에 바닷속 해저의 지하공간이 새로운 적격지로 주목 받고 있다. 탐해3호에 탑재된 최첨단 기술은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 문제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시공간적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한 선봉장이 될 수 있다.
이제 다가오는 5월에는 최첨단 물리탐사선 탐해3호를 통해 전 세계 모든 해역의 해저지질조사 및 물리탐사가 가능해진다. 탐해2호가 우리나라 해저에너지자원 탐사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면 탐해3호는 그 역량을 전 세계로 펼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규모를 확대하고 지경을 넓히는 기회이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47년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필두로 바다와 사투하며 쌓아온 우리의 해저에너지자원 탐사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극지를 넘나들며 대양과 대륙붕 등 바닷속 기술패권시대를 향한 탐해3호의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응원하며 기대해본다.
김세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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