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하자 ②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4. 2. 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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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 코스피 지수 현황이 담긴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 시스템
 
새해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에게 시름을 안겨줬던 주식시장이 모처럼 반등하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7% 오른 2615.3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2600을 넘은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1조5881억원·기관 6476억원 순매수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당시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2.01% 올라 814.77을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해온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는데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이니셔티브(Yoonitiative)’로 불리는, 금융 당국의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인과 기관 순매수가 주가 상승의 직접 요인이었지만, 장 상승을 이끈 호재는 몇가지 더 있었다.

먼저 당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한국 2024년 약세장 시작 후 10가지 질문들 및 비중 확대 유지’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12개월 후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원화 기준 14%, 달러 기준 20%의 총수익률인 2850포인트로 예측했다. 그만큼 올해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 전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처음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2월 이후 금리 인하 시그널은 없었지만, 직전 정례회의까지 포함되어 있던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문장이 정책 결정문에서 삭제됐다. 인하까지는 아니라도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도 이에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근본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섰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관계부처·유관 기관·경제단체·학계 및 전문가들과 함께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간담회’를 개최하고, 자사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부위원장은 당시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자사주 제도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이 아닌,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선을 위해 시가총액 산정 시 자사주를 뺀 정보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거래소 정보 데이터 시스템에 자사주를 뺀 시총 정보를 정기 보고서 기준으로 분기별로 업데이트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사의 주요 투자 지표(PBR, ROE·자기자본수익률 등)를 시총·업종별로 비교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 우수 법인에 가점을 주거나 기업가치 개선 우수 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해 ETF(상장지수펀드)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첫발을 내디딘 정부 안을 환영한다. 다만 복합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존 상법은 주주의 이익은 상당 부분 배제된 채 회사 중심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또한 개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 일본처럼 PBR 1 이하의 기업은 퇴출하거나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물적 분할 후 신설회사 재상장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기업 배당정책도 손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상당한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주주 환원이 미흡한 기업, 투자나 자사주 소각 및 매수 없이 오직 유보금만 지속해서 쌓는 기업 또는 대주주가 일방적 의사 결정을 하는 부실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는 다른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있다.

견고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배터리 및 화학 등 부침이 심한 산업에 쏠리는 현상도 보완해야 하며, 불공정 거래 및 빈번한 주가조작 사태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 기준을 대폭 상향해 금융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 투자자는 1441만명으로 2017년 505만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는데, 먼 산 바라보듯 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MS(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기업 중 애플에 이어 두번째로 시총 3조달러(약 4010조원)를 넘어섰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주식을 매각해도 살 수 없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정부와 국회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의 비정상적인 구조 아래에서는 시장의 자율성으로만 해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올해는 현실에서 일어나길 희망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 유럽연합(EU) 유럽기후협약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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