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차등조건 균등화…해외 IB 전수조사 나선다
홍콩감독당국 방문해 협력채널 마련
공매도 거래조건 균등화 및 처발강화
공매도 전산체계 구축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융감독원은 올 한해 글로벌 IB(투자은행)를 대상으로 불법공매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더불어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을 받고 있는 투자자간 공매도 조건을 균등화하고 공매도 전산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2024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위원회와 함께 기관·개인 간 거래조건을 균등화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도록 하는 한편, 공매도 거래 전산체계 구축과 글로벌 IB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불법 공매도를 근절시키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시장에서 의혹으로 제기돼 온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대규모 불법 공매도 행위가 최초 적발됐다”며 “그간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의 위반행위가 발견됨에 따라 공매도특별조사단을 즉각 출범하고 글로벌 IB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BNP·HSBC는 소유주식을 중복 계산하거나 차입 확정 전에 매도하는 등 5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사실이 지난해 10월 적발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작년 11월 기존 공매도조사팀을 확대·개편해 단장 및 1개팀, 2개반으로 구성된 공매도특별조사단을 꾸렸다.
금감원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0여개사를 선정해 위반 개연성이 높은 종목·기간을 추출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달 조사 과정에서 글로벌 IB 2개사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소유주식 및 차입내역 중복입력 등에 따라 54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를 추가로 적발했고, 유사 위반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아 종목·기간을 확대해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혐의가 확정된 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제재절차를 밟고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적발된 BNP·HSBC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과징금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인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수사기관 고발 조치로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헤지펀드 3사의 블록딜(SK하이닉스) 정보 공개 전 공매도를 통한 부당이득 혐의에 대해서도 28억원의 과징금 부과 및 펀드 매니저 고발(작년 12월)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현재 나머지 10개 IB에 대한 조사도 신속 진행 중이며, 공매도 주문을 수탁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조사도 공동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추가 적발된 글로벌 IB 2개사를 포함한 10여개사에 대한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조사 완료건부터 순차적으로 제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시 중간결과 발표를 적절히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은 “공매도 위반으로 적발된 글로벌 IB의 아·태지역 본부 대부분이 홍콩에 소재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홍콩 금융감독당국(증권감독청·통화감독청)과 공조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홍콩감독당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실무협력 채널 마련 등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공매도 프로세스 및 재방방지 대책 등을 종합해 향후 공매도 제도 개선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감원은 공매도 관련 투자자(기관·개인)간 거래조건 형평성 제고 및 처벌 강화 등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작업을 지원·이행할 계획이다. 기관투자자 잔고관리시스템 의무화 등을 통해 공매도 거래 전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치 테마주, 신사업 발표 관련 부정거래, SNS상 허위정보 유포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고 인력‧장비가 확충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을 통해 불공정거래 대응도 한층 강화한다. 상장주관업무 관련 내부통제, 공모가 산정 기준‧절차 등도 개선하고, 펀드시장에서 사모운용사의 건전한 진입 및 부적격 운용사 적시 퇴출 등을 위한 방안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는 공매도가 한시 금지된 상태다. 당초 오는 7월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금지가 총선용 일시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재개 시점이 상당 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재개 조건으로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를 내 건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실시간 감시 체계’를 어느 수준까지 구현해낼 지가 핵심 관건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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