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2030의 체제 이탈에 불안하고 초조할 것”
“북한, 딱 전면전 촉발 안 될 정도의 도발 이어갈 것”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완전 초토화"를 선언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해 들어선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도 더 잦아졌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김정은이 당장 전쟁을 벌일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노림수에 대해 "한국의 4월 총선, 미국의 11월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이 이렇게 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시사저널은 2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 의원과 만나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이유, 북한 내부의 실상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북한은 이미 트럼프 체제 준비하고 있는 중"
북한이 말로는 물론 연일 미사일 발사와 해상 포사격 등 무력 도발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미국에선 전문가들이 전쟁 위기설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도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최근 북한의 특징 중 하나가 대외적으로는 도발 강도를 높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너무나도 평온하다는 점이다. 통상 북한이 진짜 전쟁을 준비한다고 하면 공무원들도 모두 군복을 입는 예비역 훈련이 벌어진다. 또 야간엔 공습 경보 훈련을 하고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겠다고 서명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조용하다. 또 북한이 지금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거나 할 때 '북한의 기존 국방력 발전 계획에 따라 하는 거다' '주변 나라의 평화나 안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 뒤에다 붙인다. 이런 점을 볼 때 김정은이 당장 전쟁을 벌일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의 진짜 속내는 뭘까.
"한국의 4월 총선, 미국의 11월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미국 대선에서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북한과 협상을 하려고 할 거고, 우리 총선 결과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보수정당이 패배하면 북한에 강대강 대응을 하던 윤석열 정부의 동력이 떨어질 거다. 따라서 김정은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을 거다. 앞으로 북한은 딱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을 정도의 도발을 이어갈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의 당선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을까.
"이미 북한은 트럼프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다시 북한과의 무분별한 협상이 시작된다면 우리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상황일 수 있다. 물론 트럼프도 더 준비해서 디테일한 협상을 하겠지만 겉으로 비핵화 협상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적으로 들어가보면 핵 군축 협상에 가까운 딜을 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본다. 2019년 하노이에서 북·미 회담이 결렬된 이후로도 김정은은 계속해서 트럼프에게 러브레터를 보냈다. 준비해서 또 만나자는 것이다. 이 둘이 완전히 관계를 끊지 않은 점을 우리가 크게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뭔가.
"지금 북한의 모든 돌아가는 상황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첫째로 지금 러시아에 무기를 팔면서 돈을 벌고 있다. 두 번째로 코로나19로 국가를 일체 봉쇄했었다. 지금은 봉쇄는 풀렸지만 대외적인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반대로 외국에 나가 있는 자기 사람들은 다 들어오게 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어서 사상이 변질됐을까 두려운 거다. 이런 사람들을 사상 검증과 검토 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인력을 준비시켜서 나가는 과정이다. 지금은 대화를 준비하고 내부 교통 정리를 하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시진핑과의 약속 때문에 핵실험 어려울 듯"
북한이 올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까.
"그렇게까지 나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핵실험 문제에는 중국과의 관계가 걸려있다. 2018년에 김정은은 핵실험을 동결하겠다고 시진핑과 약속했고 시진핑은 김정은의 그 말을 믿고 미국에 핵실험 동결이라고 이야기했다. 핵실험을 하게 되면 시진핑 뒤통수를 치는 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군사위성, SLCM(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등의 시험을 계속하고 이를 열심히 선전하고 있다. 국내에선 북한이 기술력을 과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무기 기술체계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최근에 와서 (기술 개발 속도가) 대단히 빨라지고 있다. 김정은이 목표한 과업 중 하나인 군사정찰위성도 두 차례 실패했지만 어쨌든 세 번째 발사에는 성공했다. 최선희가 러시아에 가서 미사일·위성 기술 관련 시설을 참관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포착되며 러시아의 최신 기술을 배웠을 가능성도 높다. 명백한 것은 북한이 일단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도달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그런 의지 부분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인민들에게 초보적인 생활 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며 배급체제 붕괴를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 내부 상황이 많이 좋지 않은 걸까.
"북한의 경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김정은이 미사일·핵 개발에 나랏돈을 몽땅 투입하고 자기는 고급 외제차를, 딸에게도 명품 코트를 사주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있겠나. 그러고는 '정치적 문제'라며 김씨 일가가 아닌 당료들 탓을 한다. 공산 독재 사회의 전형이다. 그러곤 자기가 해결사처럼 나서서 지방에 공장도 건설하고 주택도 짓겠다며 퍼포먼스를 할 거다. 최근에 무기 거래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자기 정치적 이미지 개선에 이런 걸 이용하는 거다."
최근 북한 주민이 체제 전복을 위해 자유민주주의정당을 결성했다가 적발됐다는 사실이 북한 내부 교육 영상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는데.
"지금 북한의 20·30대가 체제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 북한이 이런 동영상을 만들 정도라면 비슷한 일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 거다. 공포 분위기를 높이고 억압을 통한 통제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현재 북한의 실상이다. 그러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고 얼마 전엔 북한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12년 노동형을 선고하지 않았겠나. 김정은은 지금 이런 새로운 이반·이탈 현상에 대해 대단히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에 대해선 후계자로 기정사실화하는 해석이 많은데 어떻게 보고 있나.
"샛별 여장군 등 칭호를 붙이고 김정은이 있음에도 사진 구도를 김주애를 가운데에 놓고 찍는 것, 김주애에게도 '오셨다'는 등 경칭을 쓰는 걸 봤을 때 내부적으로 후계자 작업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다만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 그리고 여자라는 부분 등에서 변수가 아예 없다고는 하기 어렵다. 베일에 감춰진 아들이, 실존하는지도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등장할 수도 있다."
"구로을 출마 결심…20년 민주당 '고인 물'로는 발전 못해"
강남갑에서 지역을 옮겨 구로을로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결심한 이유는.
"구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시절에 가장 먼저 호응해 구로공단을 만들고 우리나라가 100억불 수출 관물을 통과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곳이지만, 현재 서울 내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하나로 인식된다. 서울의 다른 지역처럼 발전시켜야 할 아주 중대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당선돼 왔지만, 발전 없이 고인 물이 돼가고 있다.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구로청장도 국민의힘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당선돼 입법을 통해 힘을 실어준다면 구로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구로구민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인 투표권을 통해 바꿔주시면 좋겠다. 한 명의 투표권이 정말 중요하다."
현역 의원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실 인턴 허위 등록'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윤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을지는 민주당의 결정 사항이겠지만, 이제는 구로의 시민들이 구태 정치, 운동권 정치에 대해 실체를 정확히 알고, 일하는 사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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