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韓 향해 동시 경고…한러는 ‘레드라인’ 관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정권 종말’ 발언에 대해 북한이 “물리적 충돌의 기폭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신 장관의 ‘우크라이나 전면 지원’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무모한 행동”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북러가 동시에 신 장관의 발언을 겨냥했다. 다만 한러는 고위급 교류에 첫발을 내딛고 양국 간 ‘레드라인’ 관리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논평을 통해 신 장관이 “조선반도 인근에 3척의 미항공모함이 동시에 전개됐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감히 ‘정권종말’이니, ‘적 지도부 제거’이니 하는 따위의 최악의 망발까지 거리낌없이 줴쳐댔다”며 “전쟁 중에 있는 두 적대적 관계에서 이러한 폭언이 노골적인 선전포고로 되고 물리적 충돌의 기폭제로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남음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언급한 신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24일로, 12일이 지난 후에 북한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신 장관은 당시 충북 청주 공군 17전투비행단을 찾아 장병들에게 “만약 김정은 정권이 전쟁을 일으키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면,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 최단 시간 내 적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면 지원’ 관련한 신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개 경고했었다.
신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지원으로 제한된 데 대해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자유세계의 일원으로서 가야 할 길은 ‘전면 지원’(Full support)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 국방수장이 치명적인 무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우리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재차 원칙을 밝혔지만, 야당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나라의 국방 수장에게 개인 의견이 어딨나. 혹시 전쟁을 전쟁놀이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신중하게 상황관리를 해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군사협력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양국은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며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이 비공개로 방한,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당국자들을 만났다.
한러 양국이 공식 발표한 면담 내용은 현재의 한러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측은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고 밝혔고, 러시아 측은 “이 지역(한반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국의 책임론을 꺼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러시아 당국자가 처음으로 방한해 고위급 교류가 이뤄진 자체도 주목할만 하다. 루덴코 차관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 차례 추진됐었으나 연기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러시아 외교부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무례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편향적”이라는 논평을 냈고, 정 차관보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엄중 경고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할 때, 한러 양국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서로 관리하고 살얼음판을 걷던 양국 관계를 관리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레드라인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친밀해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러 관계의 악화는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원칙을 견지하면서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재차 촉구하고, 양자 관계에서는 러시아 내 우리 기업과 교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외교부는 “러시아 내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러측의 협조를 당부했다”며 “한러 북핵수석은 북핵 문제 관련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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