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차이나’인줄 알았는데…수천억원어치 팔린 북한산 ‘이것’
북한에서 만든 인조 속눈썹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전세계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에서 반제조 상태의 인조 속눈썹을 수입해 포장·판매하고 있다. 통신은 업계 종사자와 북한경제 전문가 등 20명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이 같은 수출 방식을 확인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인조 속눈썹, 가발 등을 수출해왔다. 코로나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가 지난해 중국을 통해 재개됐다. 북한은 반제조 상태의 인조 속눈썹을 중국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대북제재를 피해 외화를 벌어 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약 60%는 인조 속눈썹과 가발, 턱수염 등 인공모발 제품으로 약 1억6700만 달러(약 2235억원) 상당의 1680t(톤)을 수출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액의 최대 90%가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한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만든 인조 속눈썹은 ‘세계 속눈썹의 수도’라 불리는 중국 핑두로 모인다. 핑두에 있는 많은 업체가 북한산 인조 속눈썹을 포장한다. 이렇게 완성된 인조 속눈썹은 한국,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세계 여러나라로 수출된다.
중국 속눈썹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과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품질은 좋고 가격은 싸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년부터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해 북한의 석탄·석유·섬유 등의 무역 거래, 해외 근로자 취업 등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모발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나 금지 조치는 없어 인조 속눈썹 무역을 국제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제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핑두의 한 관련 업체 대표는 “북한산 제품의 품질이 좋다”며 북한산 인조 속눈썹으로 수출품을 만드는 것이 대북제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산 속눈썹을 수입하는 한국의 한 업체 대표는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에 “반도체와 같은 정교한 기술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한국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산을 가장한 북한산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인조 속눈썹의 정확한 원산지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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