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돌아왔다]③"국민 노후보장 위해 거버넌스 개혁 절실"
총주주수익률 2배 넘는 일본, 30년후 받는 돈 4배
일본 증시가 돌아왔다. 저금리 정책이 증시에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 증시 부활을 모두 설명하긴 어렵다. 투자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 정책, 주주를 우대하는 기업거버넌스 개혁으로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국민과 외국인투자자의 시선을 확 바꾼 영향도 있다. 약 10년에 걸쳐 이뤄온 과정이다. 일본 증시의 환골탈태를 분석하고,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해 봤다. [편집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대책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비즈워치는 1월 마지막 날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이남우 교수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 메릴린치, 토러스투자증권, 노무라증권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경력 개발센터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오랜기간 자본시장에서 활동한 경력을 기반으로 현재는 국내 거버넌스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SBS, 한솔홀딩스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이 교수의 이력에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직도 추가됐다. 그는 거버넌스포럼 회장 취임 직후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찬성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남겼다. 앞서 정부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2월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주가가 2~3배는 오를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다.
"이사회 중심으로 자본효율성 높여야"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작년 3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들에게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며, JPX프라임150지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지수는 PBR 1배가 넘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자본비용보다 높은 기업들로 구성했다.
이 교수는 JPX가 상장사들에 던진 메시지를 △주주들과 건설적인 얘기를 해라 △손익계산서와 시장점유율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대신 재무상태표의 자본효율성(ROE)과 주식가치(PBR)를 주주 입장에서 이해하고, 자본효율성이 낮다면 이를 해결해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은 지난 10년간 이익증가율이 미국보다 높았고, 특히 최근 3~4년 사이 가속화됐다"며 "주주 입장에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무수익 재산과 상호지분을 정리하는 등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딜에 나서며 수익성이 올라갔고, 그 결과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으로 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자본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주식가치를 높이는 중심은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가 돼야 한다"며 "경영진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재무상태표상 수치는 방치하고 있다. 방만한 것이 우리나라 PBR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이사회의 충실 의무에 관한 상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사태 등 소액주주 피해사례가 발생하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회의 책임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넣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법무부에서는 이 개정안에 대해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추상적인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기업 6곳의 사외이사를 지냈는데 법률적인 지식이 많은 법조인 출신이 많은 이사회일수록 활동에 불성실하다"며 "상법상 이사회 충실의무에 회사만 있고, 따라서 경영진은 회사에만 충실하면 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상법은 기업 입장에선 헌법 같은 법률이라 신속한 개정이 쉽지 않다"며 "기업밸류업 프로그램과 같은 연성 규범을 이용해 성과를 노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올라야 노후가 보장된다"
이남우 교수는 거버넌스 개혁이 '2024년 대한민국'에서 왜 필요한지에 대해 한가지 이유를 꼽았다. 바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가 불안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1988~2022년 국내주식 수익률을 연간으로 계산해보면 5.22%에 그친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수익률은 8.50%로 3%포인트 가량 더 높았다.
이 교수는 "지난 10년동안 주식투자자가 배당과 주가 상승으로 얻는 토탈리턴을 연간으로 환산한 총주주수익률을 살펴보면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연 5%에 그친다"며 "특히 최근 2~3년간 일본은 12%로 미국(9%)도 뛰어넘은 반면 우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얘기는 20대 직장 초년생이 올해 1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30년 후인 2054년에 받을 돈이 우리나라에선 4300만원(5% 복리 계산) 수준이지만 일본에서는 1억7500만원(10% 복리 계산) 수준으로 우리의 4배가 된다"며 "결국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은퇴를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적극적인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거버넌스 개혁에 성공한 핵심요인은 야마지 히로미 JPX 최고경영자(CEO)"라며 "야마지 CEO는 노무라증권 IB사장 출신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보니 본인이 증권사를 운영하듯 거래소 상장사들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면 우리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저항이 세다는 핑계로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며 "거버넌스를 바꾸지 못하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보류한 점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면서 "미국 기업처럼 자사주를 사서 알아서 소각하면 강제화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으로 상속·증여세 개편 카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선 "상속·증여세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세제만 바꾼다고 디스카운트가 해결되는건 아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주가 저평가 문제가 해소되고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들에 주주환원을 하는 결실을 얻게되면 기업들에게 당근책으로 세율을 낮춰줄 순 있겠지만, 먼저 세율부터 인하하는 조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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