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경율 불출마, 용산에 순응한 건가’ 묻자 “잘못된 해석”
전날 정청래 “네가 와라 한동훈”
한 “그분 늘 재밌는 말씀 하신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가 대통령실의 요구에 순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직적 당정관계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생각이라 존중했고 주말에 취지를 설명해서 잘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고 밝혔다. 구자룡 비대위원은 당에 공천을 신청해 의미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한 위원장은 “출마해서 이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본인 생각이 강했고 아시다시피 김경율은 누구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총선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SNS에서 “비겁하게 딴 사람 보내지 말고 ‘네가 와라 한동훈’”이라고 전한 것에 대해서는 “그분은 늘 재밌는 말씀 하시지 않나”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를 두고 대통령실의 압박을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지난달 17일 JTBC 유튜브 방송에서 “경중을 따지자면 디올백은 심각한 사건”이라며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고, 서울 마포을 사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에 ‘윤·한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 비대위원은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해왔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공약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태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마포을 출마 부분에서 ‘사천이다, 절차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지적들이 있었지 않나”라며 “그런 불편한 시비에 대해 본인이 출마하지 않음으로써 다 털어버리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런 것을 통해서 오히려 한동훈 위원장이 사천 논란에서 좀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이 오히려 더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비대위원의 돌출적인 발언과 결정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는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불출마 선언 과정에서 본인이 오롯이 결정했다고 그러는데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까 이런 습관이 체질화됐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문제는 충분한 당 수뇌부와의 밀도 있는 교감을 통해 이뤄져야 된다”며 “결과적으로 한동훈 위원장에게 좀 부담을 준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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