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스, 류현진 계약 늦추는 이유 있다? 남은 선발 중 예상 성적 3위, 버텨도 손해 없다?

김태우 기자 2024. 2. 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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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신중하게 관망하고 있는 류현진과 스캇 보라스 ⓒ연합뉴스/AP통신
▲ 벼랑 끝 배짱 전술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는 올해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뷔 당시부터 메이저리그를 흥분시킨 재능인 2015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브라이스 하퍼(32‧필라델피아)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2019년 시범경기가 들어간 시점까지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해 메이저리그 전체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퍼의 재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지만, FA 직전 연도인 2018년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하퍼는 159경기에 나가 34개의 홈런을 때렸으나 타율이 0.249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하퍼 측은 자신의 몸값을 전혀 낮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3억 달러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버텼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했으나 하퍼의 에이전트는 ‘끝장 승부’의 대가인 스캇 보라스였다.

다른 선수들이 시범경기에 뛰고 있다면 선수가 답답해지는 건 당연하다. 쫓기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라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요구 조건을 낮출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결국은 보라스와 하퍼가 자신들의 뜻을 상당 부분 관철시켰다. 전력 보강이 필요해 하퍼 영입전에 뛰어든 필라델피아가 제시액을 맞춰준 것이다. 13년 총액 3억3000만 달러짜리 계약은 그렇게 완성됐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최대 장점은 수많은, 그것도 질 좋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장점을 포장하는 것도 능하지만, 고객들이 많은 만큼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수집하고 판단한다. 물론 이런 보라스의 전술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으나 ‘벼랑 끝 전술’은 보라스만의 대명사가 됐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2023-2024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은 대어급 FA 선수들의 관망 속에 마지막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있다. 현재 시장에 남은 최대어들은 투수로는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외야수는 코디 벨린저, 내야수는 맷 채프먼이다. 그런데 이 네 명의 공통점이 있다. 에이전트가 보라스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도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심지어 벨린저의 경우는 보라스의 요구를 맞춰줄 구단이 없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데도 버틴다. 채프먼도 마찬가지다. 스넬은 아예 캠프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며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고, 몽고메리 계약도 수많은 하마평에 비해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이는 보라스의 또 다른 고객인 류현진(37)도 마찬가지다. 많은 팀들이 이론적으로 어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37세의 선수고, 2022년 받은 팔꿈치 수술의 여파에서 빠져 나왔는지 100% 확신할 수 없는 선수다. 2023년 출전 기록이 풀타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 계약을 점치는 시선이 유력하다. 선발 투수에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지만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죄다 류현진과 연계되고 있다. 실제 류현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장이 무관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일단 더 두고 보는 모양새다. 원래 1월 계약, 초장기전을 구상하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구상보다도 계약이 더 늦다.

▲ 류현진은 가성비 선발을 원하는 팀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보라스의 전술이 류현진에게 득이 될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까지 남은 덕에 류현진의 가치도 조명되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예상한 2024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보면 그렇다. 현재 시장에 남은 선발 투수 중 2024년 예상 WAR이 가장 높은 선수는 블레이크 스넬로 3.3이다. 조던 몽고메리가 3.2로 아슬아슬한 2위다. 그 다음이 1.8의 류현진이다. 남은 선발 투수만 따지면 2024년 예상 WAR이 세 번째로 높다. 보라스는 이 세 명을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클레이튼 커쇼(1.7), 제이콥 주니스(1.6), 도밍고 헤르만(1.5), 마이크 클레빈저(1.5), 마이클 로렌젠(1.3), 잭 그레인키(1.1), 드류 루친스키(0.7), 조니 쿠에토(0.7)가 따르고 있다. 커쇼는 어깨 수술로 전반기에는 던지지 못해 당장 계약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이 명단에서 유일한 좌완이 바로 류현진이다.

구단들도 보라스의 스타일을 잘 안다. 끌려가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는 게 현지 팬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보라스는 하루 이틀 사이에도 몇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곤 한다. 투수들의 스프링트레이닝 집합이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라스의 전술이 류현진에게 추가적인 수입을 안겨다줄지도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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