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변호사의 호크아이11] 주차 뺑소니, 칼럼 하나로 완벽정리!!!

이길우 변호사 2024. 2. 5. 09: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형사전문 이길우 변호사] 오늘은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지만 의외로 많은 분이 정확한 규정을 모르고 있는 소위 ‘주차 뺑소니’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일부러 파손하면 재물손괴가 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실수로 물건을 파손하면 민사적 손해배상은 발생할지언정, 별도로 처벌받지 않는다. 과실 재물손괴죄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파손해도 형법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사고 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고 자체와 또 다른 별개 문제다.

도로교통법은 사고를 일으킨 후에 피해자에게 반드시 사고자 인적 사항을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주차 또는 정차된 차에 사고가 일어나도 마찬가지다.(제54조) 여기서 인적 사항이란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을 말한다.

도로교통법은 주차 또는 정차된 차를 파손한 후에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벌금 20만원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제156조)

그런데 예전에는 주차 뺑소니를 일으킨 가해자를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이전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A는 출근하기 위하여 주차장에 갔더니 차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화가 난 마음에 주차관리실을 찾아 CCTV 열람을 요청했더니 개인정보 때문에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경찰은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운전으로 볼 수 없어 뺑소니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한다. 과실이 아닌 고의로 인한 재물손괴를 주장할 수 있지만 경찰은 수사에 미온적이었다.

뭔가 굉장히 불합리하지 않은가? 이후 이런 이상한 논리를 바꾸기 위하여, 주정차 뺑소니의 경우는 도로 외에서 일어난 일도 운전으로 간주한다고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다. 법 개정이 되면서 이제는 어디에서든 주차 뺑소니를 하면 벌금 20만원이 부과된다.

아울러 주차 뺑소니와 관련하여 수사기관, 즉 경찰과 검찰이 모두 실수를 했던 사건을 하나 소개하겠다. 본 변호사가 직접 수행한 사건이다.

B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옆에 있는 차를 살짝 긁었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냥 가버렸다. 그런데 옆 차 안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다만, 워낙에 경미한 접촉이라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다.

옆 차 운전자로부터 뺑소니로 신고당한 B는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과 검찰은 B를 주차 뺑소니가 아닌 일반 뺑소니를 적용하였다. 참고로 일반 뺑소니는 주차 뺑소니와는 그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다르다.

주차 뺑소니는 벌금 20만원 이하인 반면, 일반 뺑소니는 사고 후 미조치라고 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제148조)

B는 다급한 마음에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사건 수임 후 기록을 보면서 너무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단 피해자 진술을 보니 ‘주차를 했는데 가해 차량이 피해 차량을 긁고 그냥 갔다’는 표현이 있었다. 그렇다. 운전이 아니라 피해 차량은 주차가 되어 있었다. 단지 사람이 안에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는 주차된 차량에 대한 파손이 명백하기에 사고 후 미조치, 즉 일반 뺑소니가 아니라 주차 뺑소니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임으로써 벌금 20만원으로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만일 일반 뺑소니가 적용됐다면 훨씬 처벌 정도가 높았을 뿐 아니라 면허도 취소되어 4년간 운전을 하지 못한다. 주차 뺑소니는 면허가 취소되지는 않고 벌점 15점이 부과될 뿐이다. 참고로 벌점 40점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는데 1점을 1일로 환산하여 적용된다.

아울러 이 주차뺑소니 조항은 정차된 차에도 해당이 된다. 가령 신호대기 중인 차를 긁고 갔어도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면 일반 뺑소니가 아닌 주차 뺑소니가 적용된다.

이렇게 주정차 뺑소니 규정을 별도로 둔 이유는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사고가 경미하기 때문에 형량을 낮게 책정하는 게 맞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접촉 사고가 워낙 경미하여 객관적으로 봐도 사람이 다칠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상대방이 다쳤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무고나 보험사기가 될 수 있어, 오히려 피해자 쪽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경미한 교통사고를 이용하여 ‘이 기회에 한몫 잡아보자’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길우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대표변호사. 공대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사법시험을 2년 반 만에 합격하고 13년째 교통사고 형사전문으로 활동 중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