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트럼프 "중국 관세 60%? 그 이상"…큰 건 따로 있다

남승모 기자 2024. 2. 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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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공화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나 둘 자신의 공약을 직접 알리고 나섰습니다. 공약 가운데 트럼프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 중 하나는 대중국 정책입니다. 집권 1기 때에 이어 재집권 성공 시 경제와 안보 모든 분야에서 '중국 때리기'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에 출연해 언론 보도로만 떠돌았던 중국 관세 폭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가 재집권 시 중국에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지 묻자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한다"고 명확히 말했습니다. 또 '대중국 관세율 60% 일괄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아니다. 아마도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의제 47'에서 밝힌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정책 예고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자랑하듯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지난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승리한 뒤 주식 시장이 하락했다고 말한 겁니다. 자신의 정책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 조차 이렇게 쉽게 이야기할 정도이니 그의 집권이 현실화할 경우 어떤 식의 정책 집행이 이뤄질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대중국 관세율 60% 일괄 적용'이란 발상이 그 간의 세계 무역시스템에서 보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사실 트럼프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정책들을 보면 이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닙니다. 트럼프는 동영상과 글로 올린 '의제 47'(Agenda 47)에서 '보편적 기본 관세' (UNIVERSAL BASELINE TARIFFS)를 주장했습니다.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게 아니라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수익을 얻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여기서도 주요 타겟은 중국입니다. 트럼프는 그간 바이든 정부의 글로벌 정책 아래 수혜를 본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되찾겠다면서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제품부터 철강,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국산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4개년 계획을 채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철회하겠다고 했습니다. 최혜국 대우는 양국 관계에서 상대국이 제3자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즉 가장 유리한 대우를 해주도록 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하나만 더 볼까요? 이른바 '트럼프 상호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도 있습니다. 미국에 일자리와 부를 되돌리고 중산층을 부양할 경제 붐을 일으키며 중국과 기타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없애겠다는 게 이 법의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나 중국 또는 다른 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100% 또는 200%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그들에게 똑같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트럼프는 현재 중국 관세 평균이 미국보다 341% 높고 유럽연합 관세 평균도 미국보다 50% 높다고 소개했는데, 역시나 중국이 핵심 타겟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결별'인데도 "좋은 친구"…'예측 불가' 트럼프


경제 분야 외에도 중국을 견제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중국이 사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부터 미국 내 중국 간첩 활동을 막겠다는 내용 등등이 있습니다.) 그간 바이든 정부는 미중 간 충돌을 우려해 갈등 소지가 있는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 혹은 단절)이라는 용어 대신 EU에서 쓰기 시작한 디리스킹(derisking / 위험회피)이라는 말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를 시원하게(?) 날려 버린 셈입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디커플링'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자신의 정책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입니다. 트럼프는 앞서 소개해드린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고관세율 일괄 적용) 이건 무역전쟁이 아니다", "나는 (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과 모든 면에서 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나는 중국이 잘 되길 원한다",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매우 좋아한다. 그는 내 임기 때 매우 좋은 친구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중국과 결별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는 정책을 갖고도 '좋은 친구'라고 말하는 그의 발언과 행동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 건지 선뜻 답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지난달 23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재선에 도전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그가 캐나다에 일정 부분 불확실성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트뤼도 정부는 2017~2021년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강철·알루미늄 관세 부과 문제 등을 놓고 심한 마찰을 겪은 바 있습니다. 혈맹이나 다름없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중국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바다 건너 '동맹'인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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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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