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만 죽이는 살인범… 우연인가, 신의 뜻인가

안진용 기자 2024. 2. 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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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하다."

식당에 앉아 있던 이들이 TV 뉴스를 통해 살인사건을 접한 후 혀를 끌끌 차며 이같이 말하는 건 익숙한 풍경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망치를 빌려 귀가하던 중 한 남성을 만나 죽이고 만다.

이후 이탕은 점차 자발적 의지로 살인을 범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이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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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신작 ‘살인자ㅇ난감’
살인 저지르는 이탕役 최우식
변해가는 눈빛 등 디테일 연기
이탕 추적하는 형사役 손석구
나른하지만 매서운 눈매‘여전’
‘타인은 지옥이다’이창희 연출
“원작느낌 최대한 살리려 노력”

“죽어 마땅하다.”

식당에 앉아 있던 이들이 TV 뉴스를 통해 살인사건을 접한 후 혀를 끌끌 차며 이같이 말하는 건 익숙한 풍경이다. 그렇다면 ‘죽어 마땅한’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마땅한 죽음을 이끌어냈다면 살인이라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동명 웹툰을 원작 삼은 넷플릭스 신작 ‘살인자ㅇ난감’은 인류 역사상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이 질문을 다시금 던진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창시절을 지나 만날 당하기 일쑤인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 분)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망치를 빌려 귀가하던 중 한 남성을 만나 죽이고 만다. 환영에 시달릴 정도로 불안에 떨던 그는 살해된 남성이 연쇄살인범이란 뉴스를 접한다. 이후 이탕은 점차 자발적 의지로 살인을 범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이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이에 이탕은 자신이 범죄자를 식별하는 능력을 가진 ‘선택받은 자’라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맡게 된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은 이탕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지만 결정적 증거는 없다.

‘죄와 벌’을 화두로 던지는 ‘살인자ㅇ난감’은 우연과 필연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소심한 이탕이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 과정은 우연이고, 그가 범행도구인 망치를 빌리는 장면이 담긴 CCTV를 확인할 수 없게 되는 상황 또한 우연이다. 하지만 우연이 거듭되면 필연이라 했다. 의도하지 않아도 살해 증거가 사라지고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자 이탕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수많은 주변인 중 범죄자를 감별해내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이 신의 의도라고 판단하는 순간, 이탕에게 살인은 필연이 된다.

이탕을 쫓는 장난감 역시 흥미로운 인물이다. 독특한 이름으로 놀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형사가 됐다. 거칠지만 범법자는 반드시 잡는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한 글자 차이”라는 대사로 자신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그는 사적 복수 역시 결국은 범죄라는 판단 아래 이탕을 예의주시한다. 여기에 이탕을 돕는 조력자 노빈, 전직 형사 송촌이 얽히고설킨다.

‘살인자ㅇ난감’은 이탕과 장난감을 각각 연기하는 배우 최우식, 손석구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평범한 대학생 이탕이 살인의 맛에 눈뜨고, 자신의 행위에 심취해가면서 눈빛부터 달라지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살면서 죽이고 싶은 사람 생기는 마음 이해한다”며 허허실실 이탕을 떠보는 장난감의 나른하지만 매서운 눈매와 말투는 수염을 기른 손석구의 이미지와 찰떡처럼 달라붙는다.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가 형사가 됐다면 장난감의 모습 아니었을까.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를 드라마로 옮겼던 이창희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원작 웹툰은 4컷 만화이기 때문에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백을 메워야 했다. 만화적 허용과 생략이 많은 웹툰에 서사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이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면서도 “만화적 요소를 그대로 찍으면 현실에선 말이 안 된다. 그런 간극이 있어서, 사실적으로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고, 그 의도는 정확히 반영됐다.

‘살인자ㅇ난감’이라는 제목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우연한 계기로 연쇄살인범이 된 살인자 이탕의 상황이 난감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형사 장난감이 파헤쳐가는 살인사건으로도 읽힌다. 원작자는 ‘살인자 이응 난감’이라고 읽어달라 주문한다. 하지만 작품이 노출되는 순간부터 판단은 대중의 몫이다. 오는 9일 공개된 후 대중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8부작. 청소년은 볼 수 없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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