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당선됐으면 좋겠다”…이스라엘 극우장관, 바이든 ‘하마스 진압 방해’ 비판

손우성 기자 2024. 2. 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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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WSJ 인터뷰
“바이든, 이스라엘 지원 대신 하마스 도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하마스를 진압하는 이스라엘에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벤그비르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를 지원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물자와 연료를 주느라 바쁘다. 이는 결국 하마스로 간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과 아랍계를 향한 망언으로 중동 지역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벤그비르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 응한 건 2022년 12월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이후 처음이다. WSJ는 “미국의 방위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이스라엘의 현직 장관이 미국 대통령을 직접 때린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또 테러 혐의로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하는 조건이 포함되거나 하마스를 완전히 격퇴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는 협상엔 반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특히 자신이 네타냐후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충분한 지지를 확보했다면서 필요하면 이를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의석수는 6석으로, 이들이 연정에서 탈퇴하면 네타냐후 총리 내각은 과반을 잃어 해산해야 한다.

WSJ는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벤그비르 장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징후가 포착된다”며 “네타냐후 총리도 점점 더 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장 총선이 열린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현재 32석에서 19~27석으로 주는 반면, 오츠마 예후디트는 6석에서 8~9석으로 우파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 장관의 WSJ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이후 바이든 대통령 지원에 사의를 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우리에게 이견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결단력 있고 신중한 선택을 통해 잘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무조건 미국의 요구에 ‘예’라고 답하고 해외에서 칭찬받으려는 사람이 있다”며 “가능한 부분에는 수긍하고 필요할 땐 거부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경험상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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