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같은 AI, AI 같은 인간

이희욱 기자 2024. 2.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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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공지능은 사람 화가보다 빠르고 능숙하다.

지시말(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몇 초 안에 그럴듯한 그림을 뚝딱 그려낸다.

검정 잉크만 써서 붓으로 그린 투박한 그림은 인공지능 특유의 삭막한 화풍과는 사뭇 다르다.

인공지능이 커피를 내리고, 그럴듯한 그림을 몇 초 만에 만들어내고, 사람 대신 나홀로 가구의 안부를 챙기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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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브러시’에선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인공지능 대신 아티스트가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려 보내준다. 웹사이트 화면 갈무리.

요즘 인공지능은 사람 화가보다 빠르고 능숙하다. 지시말(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몇 초 안에 그럴듯한 그림을 뚝딱 그려낸다. 자세를 교정하거나 대상을 추가하고, 화풍이나 색감도 정할 수 있다. 사람보다 인공지능에게 시키는 것이 편리하고 익숙해진 시대다. 사람은 시나브로 쓸모를 잃어가는 것일까.

‘프롬프트 브러시’는 ‘인공지능을 쓰지 않은 세계 첫 이미지 생성 모델’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아티스트 파블로 델칸이 운영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그리고픈 그림 설명 즉 프롬프트를 넣고 이메일을 등록하면 된다. 델칸은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떠오른 영감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이메일로 보내준다. 검정 잉크만 써서 붓으로 그린 투박한 그림은 인공지능 특유의 삭막한 화풍과는 사뭇 다르다.

프롬프트 브러시는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 페이지로 시작했지만, 그림 요청이 늘어나며 전용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델칸은 하루에 20장에서 많게는 70여장을 그린다. 1장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 주말과 휴일엔 작업을 쉰다. 1월30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등록된 그림은 3300여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 니혼바시엔 ‘아바타 로봇카페’가 있다. 주문을 받는 곳엔 키오스크대신 로봇이 있고, 테이블에도 조그만 로봇이 앉아 있다. 방문객은 로봇에게 음료를 주문하고 대화도 나눈다. 인공지능을 내장한 로봇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이 원격으로 직접 주문을 받고 대화도 나눈다. 이 카페는 거동이 불편한 신체장애인들에게 이 일을 맡겼다. ‘파일럿’이라 불리는 장애인 직원들은 로봇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가정에서 방문객을 보며 직접 대화를 나누고 영상통화도 한다. 이 카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전인 2021년부터 운영 중이다. 시간제로 돌아가며 2년 넘게 일하는 직원도 적잖다.

10여년 전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던 무렵 한 외국계 스타트업이 새로운 어학 학습 서비스 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영어 공부를 하려는 학생과 원어민 어르신을 연결해주는 화상영어 서비스 구상이었다. 학생은 영어 회화를 배우고 싶어하고, 어르신은 말벗이 필요하다. 학생은 저렴한 학습 비용으로 원어민과 대화하며 생활영어를 익힐 수 있어 좋다. 온종일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은 젊은 말벗이 생기고 용돈도 챙길 수 있으니 마다할 것 없다. 독거 어르신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챙겨야 하는 공공 안전망의 역할도 일부 대신한다. 그 구상이 그뒤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은 와 닿는다. 소셜미디어에서 밀려난 어르신에게도 대화 상대는 필요하다.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다. 한켠에선 전문직 인간 일자리부터 인공지능이 빼앗을 거란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다른 한쪽에선 아직까지 인공지능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인간이 그렇지 못한 인간을 대체할 테니 ‘인간 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경쟁이 될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는다. 결국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소외된다.

인공지능이 커피를 내리고, 그럴듯한 그림을 몇 초 만에 만들어내고, 사람 대신 나홀로 가구의 안부를 챙기는 시대다. 이 자리에 굳이 사람을 앉혀놓는 일이 경제성이 있나,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효율이 아닌 공존의 눈으로 보면 다른 해답이 보인다.

이희욱 미디어랩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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