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는 것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려면

심영구 기자 2024. 2.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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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다.

연초 대통령이 한국 거래소를 방문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반대와 상법 개정 등을 언급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의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이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현상을 지칭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이 모두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필자는 정책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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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글 :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다. 연초 대통령이 한국 거래소를 방문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반대와 상법 개정 등을 언급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금융 관료들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주식이라는 자산에 이해관계가 노출된 국민들의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2019년 말 616만 명에서 동학개미 투자 붐을 거친 후인 2022년 말에는 1441만 명까지 증가했다.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한 만큼 정책의 영역에서도 주식시장 관련 이슈가 진지한 의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의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이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현상을 지칭한다. 필자는 1996년부터 금융시장의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데, 필자가 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한국 주식이 제값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구조화된 현상인 셈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일본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1월 1일 자 스프칼럼에서 썼던 것처럼 최근 일본 증시가 보여주고 있는 강세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자극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2월 한국 금융당국이 내놓을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가가 순자산가치를 하회(PBR 1배 미만)하는 기업들에게 주가 부양 계획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도쿄 증권거래소가 작년 4월에 실시한 정책의 판박이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이 모두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필자는 정책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민간의 힘이 가세해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이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3년 초부터 일본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정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성공적으로 보낸 개발연대에 쌓아 놓은 국가의 부가 대부분 노인과 기업들에 쏠려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에 고여있던 부를 순환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였는데, 예를 들어 상장사들이 배당을 확대하면 주주들이 소비를 늘리거나, 더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주주환원을 정책이 강제할 수는 없다. 자사주 매입이건, 배당 지급이건, 이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이 문제를 타개하려 했다. 주주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려고 했는데, 일본 자본의 힘만으로 이런 변화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일본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관계 자본주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에서 지배주주 혹은 경영진과 각을 세우는 주주권 행사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베 정부는 외국 자본의 힘을 빌렸다. 일본 내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를 일본으로 불러들였다. 아베는 해외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일본 진출을 환영한다는 발언을 내놓았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적대적 M&A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외국계 자본으로 주주행동주의의 물고를 튼 이후, 이런 흐름은 일본 투자자들에게로 확산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런 흐름이 전개됐다고 볼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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