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도시 베니스에 ‘K-아트’ 빛 드리운다
제3세계·소수자 발굴 주제전시
이쾌대 등 작가 4명 이름 올려
베니스 전역서 6개 병행 전시
한국관은 30주년 기념 특별전
12세기 설립된 수도원에선
한국 작가 38인의 작품 선봬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어느 때보다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될 겁니다.”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축제다. 미술사를 수놓은 작품이 모이는 장(場)이자,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올해 4월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역시 옛 병기창인 아르세날레를 중심으로 독일 현대미술을 이끄는 히토 슈타이얼부터 20세기 멕시코 미술을 대표한 디에고 리베라까지 거장들의 작품이 도시 곳곳에 걸린다. 이를 두고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만큼은 한국 미술이 가장 돋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자신감엔 이유가 있다. 60회를 맞이한 올해 비엔날레엔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기관들과 작가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우선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리는 주제전시에 참가하는 331명의 작가 명단에 한국 미술가만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란 제목으로 열리는 본 전시에 이쾌대(1913∼1965), 장우성(1912∼2005), 김윤신, 이강승이 참여한다. 비엔날레 첫 남미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기획하는 이번 전시가 제3세계, 여성, 소수자 등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미술사를 발굴하는 경향이 엿보이는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K-미술의 성취도 조명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화랑 리만 머핀과 함께 김윤신과 공동 소속계약을 맺은 국제갤러리는 “이방인이란 의미를 확장하겠단 맥락에서 이번 주제는 북한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활동한 김윤신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고 했다.
본 전시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베니스 전역에서 펼쳐지는 6개의 병행·위성 전시들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한국관은 설치작가인 구정아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로 꾸리는 동시에 특별전으로 12세기에 설립된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를 연다.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은 전시로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 38명(팀)의 전시작과 신작, 아카이브 자료를 건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팬데믹과 기후위기, 사회분열 등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 미술의 비전을 제시한다”며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백남준의 예술철학에 최근 대두된 생태적 상상력을 더한 예술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도 베니스를 찾는다. 30주년을 기념해 광주비엔날레를 알린 주요 작품과 기록을 엄선한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 : 우리가 되는 곳’을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스페이스에서 연다.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요의 판소리 영상 상영과 한강 작가의 강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특별전 ‘유영국 : 무한 세계로의 여정’을 진행한다. 김인혜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건축가들에게 유명한 장소인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린다. 작년 미국 뉴욕의 페이스갤러리 개인전 이후 서구권에 소개되는 두 번째 전시라 의미가 크다. 김 큐레이터는 “유영국이 작품 활동의 절정기를 이룬 1960∼1970년대 작품을 소개한다”고 했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갤러리현대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며 인정받았던 추상화가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 ‘지구 저편으로’를 연다. 국립현대미술 관장을 맡았던 바르토메우 마리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선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동양 철학을 서양 기법으로 녹인 이성자의 화업을 조명한다. 이 밖에도 한솔문화재단은 빌모트 재단과 함께 해외 미술계에서 인기를 끄는 이배 작가의 ‘달집태우기’를 개최해 한국 전통의례인 달집태우기를 이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이고, 갤러리현대는 한국 회화의 혁신을 이끈 신성희의 ‘박음 회화’ ‘엮음 회화’ 연작을 소개한다. 정 위원장은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함께 뜻을 모아 한국 작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돼 뜻깊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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