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돌봄이 꿈을 향한 도전의 걱정이 되지 않길..."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저는 어릴 적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왔습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오래전부터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시고 할머니와 어머니, 저 그리고 동생 이렇게 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프셔서 저에게 자주 도움을 요청하십니다. 당뇨가 있어 약을 항상 복용하셔야 하고 병원도 주기적으로 가야 합니다. 어머니도 늦게까지 일을 하셨기 때문에 가족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레 저의 몫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공부하고 늦게 집에 들어가면 항상 할머니께서는 누워 계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자연스레 할머니와 동생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경제적으로 국가와 초록우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학업을 위한 책을 구매하거나, 학교에 내야 하는 비용을 지원해 주시는 등 저희 가족이 생활하고 또 제가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늘 저에게 아쉬웠던 것은 '공부할 시간'이었습니다.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늦게까지 공부하고 잠들었습니다. 하지만, 챙겨야 할 가족들이 많다는 사실은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제게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맏이로서 동생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과 늦게까지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니에게 멋진 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큰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힘든 시간을 딛고, 저는 2024년 올해 스무 살이 되어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라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가게 되어 정말 기뻤고, 저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합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면 제가 직접 가족을 챙기지 못하고 제가 하던 역할들을 동생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큰 걱정입니다. 저를 대신해 우리 가족들을 보살펴줄 수 있는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요즘 절실히 느낍니다.
특히, 할머니가 일상돌봄 지원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에서 돌봄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상황에 맞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책이 세분화되고 신청방법은 보다 간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교통비 지원도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등하교 시간에 부모님이 픽업을 오시거나 가족을 돌봐야 할 필요가 없는 친구들에 비해, 저는 학창시절 등하교를 비롯해 약국과 병원을 대중교통으로 오가야 했기에 교통비가 늘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교통비 지원은 미비한 상황으로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라 느낄 수 있도록 교통비 지원 정책이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환경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가진 조건들과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원하는 것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도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저와 같이 누군가를 돌보면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친구, 후배들, 특히 저의 동생까지 모두가 꿈을 향해 도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꿈에 가족을 돌보는 일이 '걱정'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우리의 시작과 꿈을 응원해주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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