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역사에 도전하는 주민규 “득점왕 세 번은 해야죠”

황민국 기자 2024. 2. 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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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민규가 지난 4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를 떠나기에 앞서 두 손의 손가락으로 득점왕과 우승 모두 세 번씩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가고시마 | 황민국 기자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승승장구로 떠들썩한 올겨울 한 선수는 K리그의 새 역사를 향해 땀을 흘리고 있다.

토종 골잡이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주민규(34·울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K리그1 득점왕인 그는 올해도 라이벌들의 도전을 가로막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주민규는 지난 4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귀국길에 오르기 전 “국내 선수가 득점왕에 세 번이나 오른 기록은 없더라”며 “언제나 힘든 동계훈련을 버텨내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득점왕 세 번은 해야죠”

주민규가 새 역사를 꿈꾸는 것은 이미 기존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업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민규가 지난 3년간 쏟아낸 득점만 무려 56골. 매년 최다골 자리를 놓치지 않은 가운데 두 차례 득점왕(2021년·2023년)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가 넘어야 할 선수는 3년 연속 득점왕(2011~2013년)에 올랐던 데얀 하나 정도다. 주민규는 “데얀처럼 득점왕에 세 번 오른다면 굉장한 영광일 것”이라며 “나 자신이 선수로 성장하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규의 득점왕 수성 여부는 ‘빅 네임’의 등장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제시 린가드(32)가 5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FC서울 입단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주민규는 “린가드가 온다니 기대가 크다. 평소 좋아하던 선수”라며 “굉장한 커리어를 갖고 있으니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 그래도 득점왕 경쟁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웃었다.

■득점왕의 변신은 무죄 “우승을 위해서라면”

새 역사를 꿈꾸는 만큼 뼈를 깎는 변화도 두렵지 않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활약상을 복기하면서 “난 또 달라졌다”고 단언했다. 골 욕심은 줄이고, 골 결정력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주민규가 2022년부터 2년 연속 17골을 기록했는데, 슈팅 숫자는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 증거다.

주민규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내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보완하는 버릇이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슈팅 숫자가 67개로 줄었다. 2022년 95개를 때린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은 수치”라고 말했다.

주민규가 슈팅을 줄인 것은 확실한 득점 기회가 아니면 동료에게 양보했다는 의미가 담겼다. 마틴 아담과 출전 기회를 나누는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난 대목이다. 그는 “내가 더 욕심을 냈다면 더 골을 넣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원하는 우승컵은 들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규는 올해 또 다른 변화도 예고했다. 골잡이는 골문 앞에서만 뛰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로 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역동적인 축구를 주문하면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플레이를 몸에 익히고 있다. 주민규가 골문을 비운 사이 새롭게 합류한 미드필더 켈빈과 수비수 심상민이 슈팅을 시도하는 장면이 연습경기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주민규는 “울산도 나도 안주를 모른다. 2023년의 주민규를 생각한다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규가 자신의 예고처럼 성공적인 변화에 성공한다면 울산의 목표도 K리그1 3연패를 넘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제패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시즌 ACL 우승은 곧 2025년 클럽 월드컵 초대를 받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주민규는 “32개팀이 참가하는 새 클럽 월드컵에 참가할 꿈을 갖는 것조차 남들에게는 부러운 기회”라며 “행복한 꿈을 갖고 올해도 달려가겠다”고 전했다.

가고시마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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