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NS’…부부, 그 지리멸렬에 대하여[봤다 OTT]

하경헌 기자 2024. 2. 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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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 포스터. 사진 티빙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LTNS’는 2~3회까지 보다 보면 극에 푹 빠져 연기를 하는 배우들 못지않게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들의 모습이 더욱 궁금한 작품이다. 2020년대 들어 더욱 세분화하는, 드라마의 플랫폼별 형식. ‘과연 OTT 플랫폼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마치 ‘LTNS’는 그 대답 같은 작품이다.

드라마는 과연 ‘TV에서 방송될 수 있을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도발적이다. 초반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드라마의 주제인 ‘남녀의 불륜’에 대한 각 캐릭터의 적나라한 생각은 마치 대한민국의 것이 아닌 ‘이세계’의 것을 연상하게 한다. 거기다 시시각각 돌발행동을 하는 캐릭터까지. 하지만 이 시리즈는 영화와 달리 여러 회차를 들여 캐릭터의 감정을 쌓아간다.

택시운전을 하지만 한량 같은 삶을 사는 임박사무엘(안재홍)과 호텔리어로 일하는 우진(이솜)은 부부다. 불같은 사랑을 했지만, 7년 후 두 사람은 서로를 의무감에라도 건드리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됐다. ‘LTNS’ 역시 이들의 상황,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에서 따온 제목이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의 한 장면. 사진 티빙



두 사람은 우연히 친구 부부의 불륜을 알게됐다 이를 무마하는 수익을 얻으면서, ‘불륜추적은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이후 직장인 커플, 시니어 커플, 여성-여성 커플 등 다양한 커플을 추적한 후, 이들의 밀회를 기록해 협박에 나선다. 달달한 수익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작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잘 보이면서도, 내 눈 안에 있는 들보는 안 보인다’는 속담처럼 진짜 문제는 부부의 내부에 있었다. 극 중반 이후 서로의 모습에 불안한 부부는 전공을 살려 서로를 추적하고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국면으로 빠져든다.

물론 ‘마스크걸’에 이어 또 한 번 온몸을 던지는 연기로 ‘은퇴작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는 안재홍과 안재홍과의 세 번째 호흡으로 완연한 ‘티키타카’가 가능해진 이솜의 존재는 크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임대형, 전고운 이 두 명의 연출자에 의해 손쉽게 재단된다. 그만큼 작품 전체에 작가 겸 감독인 두 사람의 향기는 진하게 배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의 한 장면. 사진 티빙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경력은 합쳐도 몇 작품이 되지 않으며, 시리즈물은 둘 다 최초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정서의 전개에 있어 다소 덜컥거리지만, 젊은 예술가의 질주하는 열기가 후끈하게 프레임을 덥힌다.

결국 이들의 갈등은 파국으로 갔다가, 또 다른 일상의 한 장면처럼 결말로 스며든다. 죽을 만큼 좋아하고 미워하지만 또 서로일 수밖에 없는, 서로를 옭아매는 ‘부부’의 운명은 그래서 지리멸렬하고 부질없다.

두 연출자의 재기를 빼놓고는 그냥 단순한 부부의 싸움 이야기다. 하지만 과감하면서도 세심한 이들의 재단은 ‘LTNS’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지루한 주제지만, 그래서 지루하지만은 않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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