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환급 시작…은행들 '일회성으로 끝날까'

이경남 2024. 2. 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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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만명 이자 환급 시작…은행들 '23 4Q 실적 반영
횡재세 대신?…매년 수천억 비용 발생할까 전전긍긍

은행들이 '상생금융' 일환으로 펼치기로 한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이자 환급이 이달 본격 개시된다. 은행들은 겉으로는 어려운 시기에 많은 수익을 올린 만큼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로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길 바라는 모습이다.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에도 상생금융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이같은 이자 환급 정책이 지속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형평성을 고려해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자 중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까지 이자 환급을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은행들이 속앓이를 하는 이유다. 

환급 이자 1조6000억원…떠안는 은행

5일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들은 △대출금 2억원 한도 △금리 4% 초과분 등 일정 조건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대출 중 1년간 이자 납부액의 최대 90%(액수 기준 300만원)까지 이자 환급을 시작한다. 총 환급되는 이자 규모는 1조6000억원이며 약 187만명을 대상으로 내달까지 집행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이미 환급되는 이자를 지난해 4분기에 회계처리했다. 지난해 말 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에 이를 기타충당금 명목으로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올해부터 집행되는 이자 환급액은 이 충당금을 바탕으로 기타영업비용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자환급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후 각 사별로 환급규모를 일찌감치 정했고 이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4분기 쌓은 충당금 중 기타충당금으로 따로 분류를 했고 올해부터 집행되는 이자는 이 충당금을 바탕으로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이자 환급액을 충당금 형태로 반영한 만큼 지난해 4분기 은행들의 실적이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하나은행의 4분기 순익은 7102억원으로 전년 4분기 9254억원과 비교해 23.5%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이자환급 규모로 1994억원 가량을 책정했는데 이것이 4분기에 반영되면서 순익이 감소한 것이다. 

조만간 실적을 내놓을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 등 주요은행들 역시 이자환급액을 지난해 4분기에 반영하기로 한 만큼 4분기 실적이 이자 환급 규모만큼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통상 4분기는 희망퇴직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해 다른 분기에 비해 실적이 크게 꺾이는데 올해는 이자환급액까지 반영해 예년보다 실적 감소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횡재세는 묻혔지만…상생 형태로 지속할 수

은행들은 이미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만큼 이자 환급으로 인한 실적 감소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이것이 '정례화' 하느냐는 것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지금은 경기가 좀처럼 나이지지 않고 있는데다가 금융 소비자들의 금리 부담이 지나치게 높으니 '일회성' 형식을 강조하지만 정례적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은행권 일부의 시각이다.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쉽게 실적을 끌어올린 경우 일부를 세금 방식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닦자는 이른바 '횡재세'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성격의 이자환급에 대한 주문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은행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애초 상생금융을 추진할때 대출금리 인하, 보증료 인하 등 향후 있을 금융거래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이 추진되다가 어느 사이엔가 수익 중 일부를 아예 환원하자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라며 "처음은 어렵지만 그다음은 쉽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으면 금융회사의 팔 비틀기가 이어지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현재 이자 환급이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이자 환급 대상을 늘리라는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내 금융회사는 주주환원율이 낮다고 평가되면서 기업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는데 규모가 큰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다"라며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국내 은행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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