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PBR주를 찾으라고?"…어떤 지표인가요[금알못]

우연수 기자 2024. 2.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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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요즘 주식시장은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 찾기에 혈안입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시도한 '저PBR 기업 주가 높이기 프로젝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우리 정부도 이를 참고해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저 PBR주 찾기란 한마디로 '현재 실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움직임입니다.

주가는 대체로 기업 가치를 따라갑니다. 기업의 수익성(1~3년 예상실적을 토대로 한), 자산가치를 평가해 적정한 가격이 매겨지고, 투자자는 주가가 기업 가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매수, 기업가치보다 올라갔다면 매도해 수익을 내곤 합니다.

기업 주가가 저평가 상태인지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가 바로 PBR입니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입니다. 기업의 장부상 가치(당장 청산했을 때의 가치)와 비교해 주가가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상 PBR 1배가 안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 전부를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한 가치보다도 주가가 낮게 형성됐단 의미입니다. 현 재무상태보다 주가가 낮은 것이죠.

'청산가치보다도 낮은 기업이라면 당장 사는게 이득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론상으론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PBR 1배 미만 상장사가 1100개가 넘습니다. 상장사 10곳 중 4곳이 장부가보다도 낮은 주가인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현재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0.9배로, 미국 S&P500지수(4.6배), 일본 니케이평균주가(1.4배)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즉 한국 기업 가치가 실제보다 크게 할인되고 있는 현상이 PBR 지표를 통해서도 증명된 셈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두해 이야기가 아닙니다. 탄탄한 저평가주를 사놓고 언젠가 오르겠지, 기다리던 장기 투자자들도 오랜 기다림 끝에 '저평가주인데는 이유가 있다'며 떨어져 나가기 일쑤입니다.

이 같이 고질적인 주가 저평가 현상에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정부가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예정인 이 정책은 일본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는 지난해 3월 PBR 1배 이하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기업들이 직접 주가가 관리에 신경쓰도록 정부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입니다.

PBR을 높이는 데는 몇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PBR 지표가 '주가/주당순자산'으로 도출되는 만큼 분자인 주가를 높이거나 분모인 주당순자산을 줄이면 됩니다.

일단 기업이 원한다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일 순 없습니다. 이 방법을 제외하면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순자산(자본)을 줄이는 방법이 남습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모두 좀 아는 주식 투자자들이라면 들어봤을 주가 상승의 대표적인 재료들입니다.

기업은 장사를 하고 남은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유통 주식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높이는데 활용합니다. 주가가 오른다고 기업의 재무에 도움이 되는 건 전혀 없지만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기업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한 일인 것이죠.

정부의 저 PBR주 관리도 경영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에 나설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마련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주주 환원이 꼭 기업 경영진의 의지로만 되는 일은 아닙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 이익을 꾸준히 내지 못하는 기업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ROE는 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기업이 보유한 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확인하고 기업의 자본 활용 능력을 보는 지표로, ROE를 높이기 위해선 기업 이익이 늘어야 합니다. ROE가 높다는 것은 기업이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나아가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때문에 저 PBR주라고 해서 모두가 언제든 주가를 '뻥'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일 수는 없습니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이라면 정부 정책 흐름에 따라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주가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ROE가 낮은 기업들은 근본적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PBR주가 하나의 테마주처럼 여겨지며 급상승세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모든 저 PBR주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 착각하면 안 됩니다. 주식 투자의 기본은 역시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입니다.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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