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얼굴에 쓸 수 있다고?…실제로 써보니 10분만에 뒷목 나갈뻔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4. 2. 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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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발표 현장 [사진 출처 = 월가월부 유튜브]
“카메라를 통해서 내가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아이폰 제조사 애플의 새로운 제품 ‘비전 프로’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를 시작한 2일(현지시간). 애플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처음 착용해본 사람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기자도 약 30분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 프로의 주요 기능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비전 프로는 세련된 디자인의 스키용 고글처럼 생겼다. 하지만 고글처럼 투명한 유리가 아니다. 고글 전면에 위치한 카메라가 외부를 촬영해서 고글 안쪽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너무 뛰어나 카메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내 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과거에는 가상현실(VR)기기라 불리던 비전 프로 같은 제품들이 최근에는 혼합현실(MR)기기라고 불리우는 이유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전면 허공에 13개의 앱 아이콘이 등장하는데, 아이콘으로 눈동자를 돌려 처다보기만 해도 앱이 선택이 된다. 선택이 된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를 모아 꼬집는 행동을 취면 앱이 실행된다. 비전프로 안쪽에 위치한 카메라가 나의 눈동자와 손가락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하고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법은 직관적이면 간단하다. 앱을 실행하고 화면을 키우고 이동시키는 모든 과정이 쉬워서 몇번만 해보면 익숙해진다.

체험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사진, 파노라마 사진, 3D 사진, 3D 동영상을 보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미지의 높은 해상도에 깜짝 놀라게된다. 파노라마 사진의 경우 전체 시야로 확장할 경우 내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3D 동영상은 일반적인 동영상보다 훨씬 당시의 생생함을 재현시켜준다.

비전 프로는 영상을 감상할 때 가장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화면을 거의 천장에 닿는 높이까지 키워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 애플에서 데모용으로 공개한 ‘몰입형 영상’에서는 진짜 공룡을 만나는 것처럼 실감이 느껴졌다. 대형TV나 프로젝터의 경쟁제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전 프로는 독립적인 기기가 아닌 ‘애플 생태계’에 추가되는 새로운 기기라고 봐야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전 프로를 ‘얼굴에 착용하는 아이패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이폰과 맥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추가로 사용하기 매우 편리하게 되어있다. 비전 프로를 맥북과 연결시켜 작업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무게감과 높은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고글처럼 뒷 목에 걸치는 밴드 하나로 기기를 지탱하는 ‘솔로밴드’로 착용하게되는데 무게가 전면에 쏠리고 안면에 압박이 커서 10여분만 지내도 목에 뻐근함이 느껴진다. 애플은 솔로밴드외에 머리로도 무게를 분산시키는 듀얼 루프밴드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비전 프로 기본 제품은 3500달러(약 500만원)지만 각종 악세서리를 더 구매하면 6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비전 프로는 판매가 시작하자마자 초기 생산물량인 18만대가 모두 매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얼리어답터나 개발목적의 구매자가 아니라면 비상식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결국 앞으로 얼마나 가격을 낮추고, 좋은 개발자들이 킬러 앱을 만들어주느냐에 비전 프로의 미래가 달렸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오늘 만나는 내일의 기술(Tomorrow’s Technology Today)’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8년 간 연구한 애플의 최신 기술을 담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애플 비전 프로 출시와 함께 VR콘서트 앱을 출시한 어메이즈VR의 이승준 대표는 “애플 비전 프로는 아이폰이 일반 핸드폰을 대체했듯, TV와 모니터를 대체할 개인화 기기”라면서 “기존 VR 헤드셋과 달리 대중화 가능성을 갖고 등장한 첫번째 기기”라고 평가했다. 2007년 나온 1세대 아이폰은 139만대가 팔렸지만, 2009년 아이폰 3GS가 2073만대라 팔렸던 것처럼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수록 비전 프로가 대중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팀 쿡 애플 CEO는 한국에도 조만간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일 뉴욕 맨하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매경TV와 만나 “많은 한국의 애플 사용자들이 비전프로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는 언제 출시할 계획이냐”라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최대한 이른 시간에 출시하겠다”고 답했다.

쿡 CEO는 또 “사용자는 마법 같은 제어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라며 “착용 즉시 사용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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