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3할 실패에 살빼고 나타난 '안타 기계'. 시프트 금지에 엷은 미소. "심적으로 편해질 것 같다"[SC 인터뷰]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심적으로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왼손 강타자들에게 희소식. 바로 시프트 금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시행되던 시프트 금지 룰이 올해 KBO리그에서도 똑같이 시행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루를 기준으로 내야수가 양쪽에 2명씩 배치되도록 해 내야수가 한쪽으로만 쏠리는 시프트를 금지시켰다. 시프트가 날로 발전해 타자들이 잘 때리는 타구 근처로 야수들을 배치하면서 보통 수비 위치라면 안타가 될 타구가 땅볼로 아웃되는 일이 잦았다.
국내에서도 두산 베어스 김재현,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LG 트윈스 김현수, KT 위즈 강백호, 키움 히어로즈 최주환 등이 시프트로 인해 많은 안타를 뺏겼고 이로 인해 타율과 타점 등에서 큰 손해를 봤다.
KBO가 시프트 금지를 발표하자 왼손 타자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비쳤다. LG 김현수 역시 마찬가지.
김현수는 지난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며 취재진의 시프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심적으로 좀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안타라고 생각했던 게 잡힐 때 좀 소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내가 느꼈다"라고 시프트로 인한 피해를 말했다.
김현수는 이어 "예전에는 쳤던 공을 치지 않고 더 좋은 공을 치기 위해 안쳐서 카운트가 몰리는 경우도 생겼다"며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했다.
타율 상승을 바라 볼 수도 있냐고 묻자 웃으며 "그건 봐야할 것 같다"라고 실제 결과를 보자고 했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08년(0.357)과 LG 트윈스 때인 2018년(0.362) 두차례 타격왕에 올랐고, 두산 때인 2008년(168개)과 2009년(172개)엔 2년 연속 최다안타왕에 오르며 '타격 기계'로 불렸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3할1푼4리, 2236안타를 기록 중이다. 박용택(은퇴·2504개) 손아섭(NC·2416개) 최형우(KIA·2323개) 양준혁(은퇴·2318개)에 이어 통산 최다안타 5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올시즌엔 양준혁을 뛰어넘어 최다 안타 4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 간 2년(2016,2017년)을 제외한 11년 중 2012년(0.291)을 빼고 10시즌 동안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던 김현수인데 최근엔 3할을 보기가 힘들다. 2020년 3할3푼1리를 기록한 게 마지막이다. 2021년부터 타율이 2할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2021년 2할8푼5리(506타수 144안타)로 떨어졌고, 2022년엔 2할8푼6리(524타수 150안타)였다. 지난해엔 타율을 2할9푼3리(488타수 143안타)로 끌어올렸으나 3할에는 이르지 못했다. 3년간 타율은 2할8푼8리(1518타수 437안타).
물론 최근 중심 타자로서 컨택트보다는 장타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타성 타구가 시프트에 잡히는 모습이 많이 보여 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시프트가 꼽힌다.
김현수의 3년간 안타 비율을 보면 좌측이 24.7%(108개), 중앙이 33.2%(145개), 우측이 42.1%(184개)로 확실히 우측으로 가는 타구가 많았다. 그래서 김현수가 나오면 상대 내야수 3명이 1-2루 사이에서 수비를 했다. 우측으로 수비가 쏠리는 시프트를 깨기위해 김현수는 3루쪽으로 기습번트를 대거나 일부러 밀어치기를 하기도 했다.
김현수는 지난해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스스로 "우승에 묻혀갔다"는 표현을 썼다. 감량으로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슬림해진 몸을 만들었고, 자신을 괴롭힌 허리 통증도 사라져 부활을 꿈꾸며 밝게 표정으로 애리조나로 출발했다. 시프트 금지가 타석에 섰을 대 시각적으로도 자신감을 줄 가능성이 높다.
LG 염경엽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발전을 올시즌 목표로 잡았고, 선수들 개개인에게 목표 수치도 제시했다. 김현수는 "타율 3할3푼이다. 말도 안되게 높다고 생각을 하는데 한번 도전해 보겠다"라고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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