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특별하다는 감상자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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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작가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가 진행 중인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2 전시장.
작가는 스스로 "유치한 작업이라 망설였다"면서도 "이른바 '정상미술'을 따라 하기 위해 처음으로 해본 스펙터클한(spectacle)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정상 미술'을 하는 서구 작가들이 눈에 띄기 위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대규모 작품을 만들고 대형 미술관 전시장을 채우기 위해 회사를 만들어 작업하는 생산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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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김홍석 작가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가 진행 중인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2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청동으로 만든 무거운 작품이다. 카펫 근처에 있는 조각품 '실제 악당'은 조커의 얼굴인데 몸은 고양이 형태다. 고양이가 조커의 탈을 쓴 것인지, 조커가 고양이 털옷을 입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구석에는 청동으로 만든 슬리퍼가 있다. 모양은 슬리퍼지만 밑창은 두꺼운 시멘트로 만들어진 이 작품의 제목은 '하이힐 한 켤레'다. 모두 '정상'과 '비정상', '실재'와 '허구'를 뒤섞어 고정관념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구미술 = 정상적 미술'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품고 이런 이분법적 인식을 흔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금 현대미술은 보통 사람들이 가진 인식과는 달리 굉장히 다르게 진행되어 왔는데 과연 이것을 누가 이해를 할 것인가, 그 점에서 시작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K2 전시장 2층에는 회화 작품이 걸렸다. 사군자와 연꽃, 대나무, 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양화의 소재들을 그렸지만 한지에 먹이 아닌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멀리서 보면 사군자와 연꽃 등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구체적인 형태는 사라지고 두꺼운 마티에르(질감)만 도드라진다. 동양화 소재를 이용했지만 흔히 동양화에서 떠올리는 정신성 같은 것이 아닌 비례, 균형 같은 서양의 미(美) 기준을 표현한 작업은 역시 고정 관념을 흔든다. 전시장에는 갤러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음악 대신 작가가 좋아한다는 브리티시 블루스 음악이 흘러나온다.
K3 전시장에는 천장을 깨고 전시장에 떨어진 모습의 운석 작업이 설치됐다. 부서진 운석 안에는 지구인들이 '별' 모양이라고 부르는 파란색 물체가 들어 있다. 작가는 스스로 "유치한 작업이라 망설였다"면서도 "이른바 '정상미술'을 따라 하기 위해 처음으로 해본 스펙터클한(spectacle)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정상 미술'을 하는 서구 작가들이 눈에 띄기 위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대규모 작품을 만들고 대형 미술관 전시장을 채우기 위해 회사를 만들어 작업하는 생산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이 지하 쇼핑몰 또는 한적한 지하철역과 다를 바 없기를 바란다"면서 "즉 미술이 특수하거나 특별하다고 느끼는 감상자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3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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