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변수를 빨아들이는 ‘한동훈’ [신창운의 미리 보는 4·10 총선]
막판 최대 변수는 ‘공천’…韓 역량 평가 변곡점 될 것
(시사저널=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아직 초반이고 공천을 남겨놓고 있지만 총선을 두 달여 남겨놓은 지금, 후보들은 보이지 않고 윤석열, 이재명, 한동훈 세 명만 뉴스에 잡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충돌 봉합 및 갈등 재현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위원장의 미래 권력 구도 전개 가능성 등이다.
2030·중도층 등 국민의힘 취약층에서도 경쟁력 입증
세 사람의 정치적 역량과 미래를 예단하는 건 성급하다. 이미 시작된 공천 작업과 이로 인한 갈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결국 총선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적어도 초반 탐색전에선 한동훈 위원장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물론 1년 내내 33~35%에 머물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추월해 50% 전후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표 참고).
1월22~24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114호(1월 4주)에 의하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평가, 즉 지지율은 31%였다. 이 대표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5%, 한 위원장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7%였다. 23~25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572호(1월 4주)에서도 윤 대통령 31%, 이 대표 35%, 한 위원장 52%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한 위원장의 가능성은 계층별 지지율 비교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윤 대통령 지지가 취약한 연령대, 즉 2030에서 탁월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NBS·한국갤럽 두 조사에서 20대의 경우 윤 대통령은 17%·20%인 데 비해 한 위원장은 42%·53%였고, 30대에서도 윤 대통령이 18%·20%인 데 비해 36%·43%로 두 배가량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 대표 지지율은 20대에서 26%·36%, 30대에서 33%·28%였다.
진보가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중도층은 총선 판세를 좌우할 핵심 표적 집단이다. 한 위원장은 중도 확장성이 부족했던 윤 대통령을 커버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두 조사에서 중도층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22%·25%에 그친 데 비해 한 위원장은 42%·45%를 나타냈다. 이 대표 역시 각각 38%·37%로 한 위원장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힘 취약층에서 한동훈 위원장 평가가 양호하게 나온 건 당과 대통령실 갈등 봉합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처신이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단을 피력하면서도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폴더 인사'를 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위원장의 매서운 경쟁력은 국민의힘 전임 대표들과도 차별화되고 있다. 취임 6개월 시점에 실시된 NBS 조사(2023년 8월 5주)에서의 당시 김기현 대표 지지율(28%)보다 19%포인트 높았고, 취임 3개월 시점에 실시된 NBS 조사(2021년 8월 4주) 당시 30대의 신선한 행보로 큰 화제를 낳았던 이준석 대표 지지율(44%)에 비해서도 근소하게 우세를 나타냈다.
정치 경험에도 한동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대통령의 절대적 후원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윤석열-한동훈 지지율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의 갈등 국면에서 국민이 한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집권 세력의 2인자로 부상하면서 총선을 통해 '마이웨이'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와 공천이란 킬러문항 풀어야
그러나 이제 겨우 초반을 지났을 뿐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언급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동훈 우세승으로 끝난 1차전 이후 윤석열-한동훈 간 2차전·3차전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은 '김건희 리스크'다. 두 사람의 충돌과 봉합으로 인해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권이 총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고, 어쩌면 '마이웨이'가 싱겁게 끝날 수도 있는 무거운 변수다.
그다음은 공천이란 거대한 장벽이다. 모든 가능성과 온갖 이슈를 일거에 삼킬 수 있을 만큼 파괴적인 변수다. 코로나19 창궐이란 미증유의 사태, 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인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의석(180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던 지난 21대 총선마저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수도권 돌려막기'란 공천 실패가 상당히 기여한 측면이 있다.
대 총선은 말할 것도 없다. 투표일 이전의 지지율과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변수는 공천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차에 실시된 2012년 19대 총선에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했던 민주당 승리가 예상됐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과반 확보가 충분하다고 했지만, '옛날 사람 봐주기' 공천이란 비난 속에 사무총장이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반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친이계 현역 공천 탈락이란 개혁 물갈이를 선보인 끝에 152석을 얻어 승리했고,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은 127석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4년 차에 실시된 2016년 20대 총선에선 친박계의 전횡이 극에 달한 막장 공천의 진수를 보여줬다. 비박계 의원이 대거 탈락했고,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간 공멸을 불사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옥쇄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선거 초기엔 180석 이상의 거대 여당이 예상됐고, 막판에도 160석 이상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쳤고, 민주당이 123석을 얻었다.
윤석열, 이재명, 한동훈 세 사람의 총선 중반전 성적은 설날 민심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김건희 리스크' 처리 방향과 공천 경과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보다 한 위원장의 역량과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도드라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총선은 개별 지역구 후보는 물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보다 한 위원장의 잘잘못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총선의 가장 큰 변수가 한동훈이란 얘기다. '김건희 리스크'와 공천 역시 한동훈이란 블랙홀에 수렴될지 모른다. 전국지표조사(NBS) 및 한국갤럽 여론조사 개요와 통계표, 질문지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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