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대선 실시, 부켈레 대통령 당선 확실 예상
국민 지지율 80% 넘어 결선투표 없을 듯..국회도 석권예상
재선금지 조항 편법 우회 비판.. 민주적 절차 훼손 지적도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을 비롯해 6명이 출사표를 던진 엘살바도르 대선이 4일 실시되었지만, 사실상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경쟁자가 없고 지지율이 높아서 연임이 확실시되고 결선 투표도 없을 것이 확실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
4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투표 개시 시간 전부터 1천670여곳에 마련된 각 투표소에 줄을 서서 자신의 권리인 한 표를 행사했다.
이중 부켈레 대통령은 선거 전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8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결선 투표 없이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이번 선거는 "부켈레의 대관식"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강력한 갱단 척결 의지로 인구 10만명 당 2015년에 105.2건이었던 살인사건 발생률을 2023년에는 2.4건으로 감소시키면서, 임기 말까지도 지속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엘살바도르의 대통령 임기는 5년, 국회의원 임기는 3년이다. 이 때문에 엘살바도르에서는 15년 만에 대선과 총선을 같은 날 진행하게 됐다.
헌법상 대통령은 단임이며 6개월이상 대통령직을 계속한 사람은 재선이 금지되어 있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임기말에 일시 휴직을 한뒤 입후보하는 편법을 사용했고 법원도 이를 승인했다.
올해 센트럴 아메리카 대학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10명중 8명이 부켈레를 지지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2019년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 제3당 후보로 출마해 30년간 이어진 양당 체제를 깬 그는 소셜미디어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설파하거나, 취임 첫해 유엔총회 연단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셀피를 찍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국가 예산을 동원한 비트코인 투자로 경제난 극복 재원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던 비트코인은 지금은 수익을 내면서 그의 지지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하지만 스스로 "쿨한 독재자"라고 칭할 정도로 과감한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영장 없는 가택 수색 등 무리한 추진 과정에 대한 비판도 받아왔다.
부켈레 대통령은 친(親)여 성향의 대법원 헌법재판부로부터 "재선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낸 뒤, "6개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한 사람은 재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법을 우회해서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이라는 '꼼수' 를 통해 출마했다.
여당이 우세한 국회 역시 부켈레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법 조항을 폐지하기도 했으며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도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기존 84명에서 60명으로 30%가량 줄였고 '엘디아리오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국내 매체들도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켈레 정부는 그의 임기동안 2022년 3월부터 갱단 단속으로 무려 7만6000여명을 체포, 투옥했다. 체포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국민들은 오랫동안 갱단에게 빼앗겼던 마을과 지역을 되찾게 되었다.
일요일인 4일 투표장에 나온 호세 디오니시오 세라노(60)는 수도 산살바도르 북쪽 교외의 갱단들이 지배하던 사카밀 지역 투표소에 나와 대기하면서 투표장에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자랑스럽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축구 교사인 그는 부켈레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을 지배하던 2개의 갱단의 싸움 중에 총을 맞고 한 때 도피 생활을 했을 정도로 주민들이 갱단과 폭력에 시달리는 생활을 해왔다며 부켈레 출마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이 원하는게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일축했다.
프란치스코 가비디아 대학의 호앙 피카르도 연구원은 "국민들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오직 대통령의 인물에 더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파와 우파, 여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켈레에 대한 인기가 당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국가 경제의 제한된 자산을 갱단과의 전쟁에 투입한 부켈레 정부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금을 올인했는데도 "아직 자유롭게 살고 있는 갱단 두목들이 너무 많다"고 야당 VAMOS당의 클라우디아 오르티스 의원은 말했다.
그는 부켈레를 견제하고 권력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이라도 부켈레와 무관한 야당 후보를 더 선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한 정당과 개인이 모든 권력을 갖게 되면 훔치거나 거짓말 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한 척 하는 일이 더 쉬워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42세의 부켈레 대통령은 젊은 층과 청년을 향한 직접 선거운동 대신에 소셜 미디어와 TV연설을 통해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어냈다. 선거 당일까지도 그는 대중 집회의 연설이나 선거 유세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이번에 나와 여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갱단과의 전쟁이 위기에 처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만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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