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민심이 중국에 대답하는 방식 [창+]

박성래 2024. 2.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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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타이완 민주주의_중국에 대답하다' 중에서]

취재진이 만난 타이완 젊은 세대들은 국민당과 중국의 관계를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인터뷰> 장펑쉬/타이완 시민
“국민당은 중국 공산당과 긴밀하게 협력하려는 것 같습니다. 국민당이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태도는 중국에게 분명하게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보청/타이완 시민
“지금의 삶의 방식과 민주제도가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일국양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다지 믿지 않습니다."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타이완 정계의 최고 원로를 만났다.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6년간 옥고를 치렀고,

민주화 이후에는 천수이볜 총통의 부총통을 지낸 타이완 정치의 산 증인이다.

투표일 불과 나흘 전, 선거 전망을 물었다.

<인터뷰> 뤼슈롄/ 전 타이완 부총통
“과거에 중국은 투표일 이틀 전쯤 몇 가지 큰 일들을 벌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중국이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매번 역효과를 냈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압박할 때마다 민진당에 유리했죠.”

이 말이 떨어지고 나서 몇 분이나 흘렀을까?

갑자기 휴대전화가 경보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인터뷰를 이어가는 뤼수롄 전 부총통,
1분 뒤, 또 경보가 울렸다.

중국이 위성을 발사해
타이완 남부를 통과했다는 방공경보였다.

<인터뷰> 뤼슈롄/ 전 타이완 부총통
“타이완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죠. 굴복하라고... 자신들이 얼마나 힘이 센지를 과시하는 거죠. 이미 익숙해졌어요. 한국이랑 똑같아요. 한국사람들도 북한의 무력시위에 익숙해졌잖아요? 똑같아요. 별로 신경 안 써요. 물론 정부는 신경을 써야겠지지만, 우리는 익숙해졌어요.

타이완 전역의 휴대전화에서 방공경보가 울렸다.

<녹취> 우자오셰/ 타이완 외교장관
“중국이 위성을 발사했네요. 괜찮아요. 우리한테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자오셰 외무장관은 중국의 선거개입으로 규정했다.

<녹취> 우자오셰/ 타이완 외교장관
“회색지대 전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타이완 사람들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겁니다.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타이완 공군의 주력이 있는 신주 비행장,

몇 년 전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는 수시로 전투기들이 맞대응 출격을 하던 곳이다.

<인터뷰> 지역 주민
“그때가 더 무서웠어요. 전쟁이 터질까봐요.”
“정말 무서웠어요. ”
“펠로시가 방문하는 순간에 뭔가를 쏠 것만 같았어요.”

지금은 어떨까?

비행장 담벼락 바로 옆에 있는 식당,

<인터뷰> 지역 상인
“(공군이 출격 횟수가 많이 늘었나요, 아니면 평소와 비슷한 가요?) 똑같아요. 특별히 출격이 늘지 않았어요. 선거랑 관계 없어요.”

인근 주민들이 모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인터뷰> 지역 주민
“근데 원래 매일 전투기가 출격해요. 매일 이렇게 날아다녀요.”
“이미 익숙해졌어요. 익숙해졌어요.”
“우린 괜찮아요”. “안 무서워요.”
“타이완 사람들은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아요.”

중국 침공위협론은 이번 선거에서 먹혀들지 않았다.

<타이완 시민>
“저는 개인적으로 곧 전쟁이 일어날 거란 걱정은 안 해요”
“그럴 일 없을 것 같아요. 타이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에는 달라진 건 없어요”

미국의 거듭된 타이완 방어 약속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녹취>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선거운동 당시
“모두들 타이완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국 정가도 그렇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매사에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타이완 이야기만 나오면 한 목소리로 타이완을 지지합니다. ”

<인터뷰> 웬티 숭/ 미국 아틀랜틱 카운슬 연구원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강력한 타이완 지지세력이라는 점이 타이완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봅니다.”

TSMC 등 타이완의 반도체가 중국의 침공을 억제한다는 ‘반도체 방패론’도 한몫을 했다.

<인터뷰> 황일석 / 변리사(타이완 근무)
지금 타이완하고 중국하고의 교역을 보면 그 중에서 30% 정도를 반도체가 차지한다고 제가 듣고 있어요. TSMC가 있어서 중국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 모두 다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국 위협론이 오히려 타이완 사람들을 중국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인터뷰> 지역 주민
“공교롭게도 우리가 매번 선출한 사람은 공산당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죠. 타이완 사람들은 공산당이 민진당 당선을 돕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인터뷰> J 마이클 콜 /국제공화연구소 수석고문
“중국의 강압은 매번 역풍을 불러왔습니다. 타이완의 첫 번째 직선제 총통선거가 1996년이었습니다. 중국이 리덩후이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타이완 근처 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위협했습니다. 결과는 리덩후이의 당선이었어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강압은 효과가 없었죠.”

자신들의 행동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중국 국방부도 인식하고 있다.

표현은 반대로 하지만 그런 인식이 녹아 있다.

<녹취> 우치엔/ 중국 국방부 대변인
“민진당 당국은 순전히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고 소위 말하는 ‘대륙의 군사적 위협’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고의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대답은 한결같이 민주주의였다.

<녹취>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 당선자
“타이완인들은 행동으로 이번 선거에 개입하려는 외부세력에 성공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오직 타이완인들만이 자신들의 총통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초강대국이라도 힘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중국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도 타이완 민주주의는 제갈길을 걸어간다.

민주주의에는, 강압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묘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뤼슈롄/ 전 타이완 부총통
사실 어느 정당도 중국을 받아들인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국민당도 감히 통일을 주장하지 못하고 중화민국을 사랑한다고만 얘기하는 거죠. 중국은 타이완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데 민주주의와 타이완 사람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뤼슈롄 전 부총통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터뷰> 뤼슈롄/ 전 타이완 부총통
“우리는 한국이나 일본 같은 이웃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상 이와 혀처럼 붙어 있습니다. (순망치한?) (웃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요, 순망치한. 서로 아주 긴밀하고. 역사적으로 상호연결돼 있었습니다. 더 긴밀하게 통합한다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평화와 민주주의 같은 가치들을 위해. 오케이?”

“라이칭더 한 표, 라이칭더 한 표, 호요우이 한 표, 커원저 한 표”

타이완에선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옮기지 않는다.

투표장에서 투표함을 열어 일일이 수개표를 한다.

“라이칭더 한 표, 효요우이 한 표”

교실 칠판에 종이를 붙여놓고 한 표에 작대기 하나, ‘바를 正자’를 써서 득표수를 기록한다.

민주주의는 번거롭고 힘이 들지만 민심을 알아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각 투표소에서 올린 득표수는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당선 확정 직후 라이칭더 당선인이 제일 먼저 찾은 사람들은 뜻밖에도 지지자들이 아니었다.

바로 외신기자들이었다.

<녹취>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 당선자
“첫 번째 의미는 타이완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편을 선택했다는 걸 전세계에 알렸다는 것입니다. 중화민국, 타이완은 계속해서 국제민주주의 동맹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입니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타이완에게 국제적 지지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국 #타이완 #총통_선거 #미중패권 #라이칭더 #시사기획창 #KBS시사

방송일시: 2024년 1월 30일 밤 10시(KBS 1TV)
취재기자: 박성래
촬영기자: 고영민
영상편집: 이종환
자료조사: 이란희
조연출: 진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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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기자 (pasur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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