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분기별 경제전망’ 모험…‘변수’ 많은 한국 경제 맥 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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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르면 8월부터 분기별 경제 전망치(성장률·소비자물가·경상수지·고용지표 등)도 발표한다.
한은 조사국장을 지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기별로 경제 전망치를 내면 한은이 다음 분기를 어떻게 보고 있다는 정보가 수치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시장에서는 당연히 통화정책 향방을 해석해 볼 수 있다.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예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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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르면 8월부터 분기별 경제 전망치(성장률·소비자물가·경상수지·고용지표 등)도 발표한다. 1년에 4차례 경제전망을 하는 한은은 현재 상·하반기·연간 수치만 공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전망을 상세화하는 것을 넘어 통화정책 소통에 큰 변화를 불러올 예정이다. 한은이 생각하는 경기·물가 경로가 자세히 공개되면서 경제 주체들은 기준금리 변경 시점을 더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조사국은 8월 발표를 목표로 분기 단위 경제 전망을 연구중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4차례(2월, 5월, 8월, 11월) 내는 경제전망에서 반기·연간 수치만 공개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신년사에서 “경제 전망 경로를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하반기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단순한 경제 전망치 확대가 아니다. 통화정책 소통의 큰 변화다. 분기별 전망치 숫자를 내놓다는 것은 그만큼 기준금리 변경 시점에 대한 실마리를 더 제공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고려하고 있는 경제 상황을 더 짧은 주기로 읽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령 물가 전망치 경로가 1분기에 올랐다가 2분기에 꺾일 경우 그 시점을 기준금리 변곡점으로 점쳐볼 수 있다. 이전 상·하반기 수치만 공개됐을 때보다 더 구체적인 예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은 조사국장을 지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기별로 경제 전망치를 내면 한은이 다음 분기를 어떻게 보고 있다는 정보가 수치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시장에서는 당연히 통화정책 향방을 해석해 볼 수 있다.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예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지난 1일 한국경제학회에서 이번 변화를 두고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발전을 거론했다.
한은의 시도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분기별 전망치를 발표하는 중앙은행은 노르웨이, 호주, 체코,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영국 등 소수 국가다. 주기가 짧은 탓에 예측이 어려워서다. 주로 경제 규모가 작고 변수가 많지 않은 국가에서 제도를 도입 중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대외 변수가 매우 큰 편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상황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분기별 전망치를 내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한은의 시도가 ‘모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은도 예측의 어려움을 고려해 첫 발표는 상반기 경제 상황을 좀 지켜본 뒤 오는 8월 이후에 하는 것으로 계획 중이다.
분기별 경제 전망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한은이 현재 경제 상황을 둘러싼 더 많은 실마리를 시장에 제공하는 만큼 경제 전망이 어긋날 경우 경제 주체들이 받는 혼란은 이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분기별 경제 전망의 성공은 유연성에 달릴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 주체들이 한은이 제공하는 전망치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제 조건을 함께 이해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망치 숫자가 맞다, 틀리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제 조건에 초점을 둬 그 환경이 바뀌게 될 경우 한은의 행보를 예측하는 것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 총재도 신년사에서 “경제 전망을 상세히 공표하면 오차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주체들이 중앙은행 전망의 전제 조건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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