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중 사망자 발생 2위의 ‘치명적’ 간암… B형 간염 줄어드는 만큼 ‘지방간, 알코올 간염’ 늘어나
한해 발생자 수 1만5131명, 한해 사망자 수 1만255명(2021년 기준).
간암에 대한 얘기다. 암 환자 수는 갑상선·대장·폐·위·유방·전립선암에 이어 7위에 머무르지만 한해 사망자는 폐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한다. 최근 5년(2017~2021) 상대 생존율은 39.3%로, 전체 암(72.1%)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간은 해독 작용, 단백질 합성, 면역 작용, 영양분 저장 및 방출 등 우리 몸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다. 간에서 암이 발생하기까지 짧게는 십수 년이 걸린다. 무엇보다 90% 이상 원인 질환이 분명해 간암 예방의 기회가 수차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간암의 원인이 되는 ‘원인질환’은 예방의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이를 방치할 경우 특정 부위가 아닌 간 전체가 간암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되면서 치료를 어렵게 하는 역할도 하므로 원인질환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질환은 B형 간염바이러스와 C형 간염바이러스.
4일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간암의 68.4%가 B·C형 간염이 원인으로 나왔다. 특히 B형 간염바이러스의 경우는 수십년간 간암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3∼4%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일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반면 C형 간염은 감염률 자체는 B형보다 낮아도 일단 감염되면 만성화로 진행되는 비율이 55∼85% 정도로 매우 높다. 이렇게 B·C형 간염이 만성화되면 추후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B·C형 간염바이러스 예방과 치료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는 점이다. B형 간염은 백신 개발 이후 유병률이 감소하는 추세고, C형 간염은 최근 8∼12주 복용하면 완치되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B형간염은 여전히 국내 간암 발생의 주원인이지만 적절한 치료 발전으로 그 비율이 62.5%에서 58.4%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C형간염에 의한 간암은 9.1%에서 10.0%로 그 비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제 개발 이후에도 C형 간염 치료에 소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환자가 본인이 C형 간염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치료제가 없다고 ‘오해’한 것이다.
김성은 한림대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들에 새로운 C형 간염 치료제 등장으로 간염 치료가 ‘경차 타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달리는 대신 스포츠카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 것 같은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제인 인터페론은 간수치 상승, 백혈구 감소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치료제가 나오기 전) 과거에는 C형 간염을 진단받고도 고령이나 다른 기저질환 환자들은 의사에게 ‘지켜보자’라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완치가 없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간암 원인질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알코올성 간염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비율 상승하며 B형 간염이 줄어드는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비만·술 섭취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간암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최종영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암학회장)는 “2008년 간암 원인질환에서 8.7%, 9.9%의 비율을 차지하던 알코올성 간염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10년 새 12.3%, 13.6%로 꾸준히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간암 발생이 줄지 않고 현재 수준으로 유지돼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되는 만큼 알코올성 간염과 지방간에 대한 치료와 관리에 대한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인질환 관리에 실패해 간암으로 진행할 경우, ‘발견 시기’는 예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08∼2015년 수술을 진행한 1390명의 환자를 5cm 이하, 5∼10cm, 그리고 10cm 이상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환자의 생존율과 무질병진행생존기간은 병변이 작을수록 예후가 좋았다.
문제는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무기력감, 피로감, 복통, 소화불량, 황달,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등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진행 속도도 빨라 종양이 2배로 늘어나는 데 6개월(중앙값)이 걸린다. 결국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증상이 아닌 검진을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종영 교수는 “B형·C형 간염 환자 등 간암 고위험군이라면 간경변 등으로 질환이 악화하지 않도록 치료제 복용과 금주 등 생활습관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무엇보다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 2가지(간 초음파+혈액검사(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 검사를 1년에 2번씩 국가암검진을 통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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