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뜨개는 사랑이다(II)

정우경 화가 2024. 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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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화풍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으로 뜨개질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자를 이용해 줄을 긋고 또 자유롭게 선을 그은 다음 뜨개질하듯 여러 번 반복하며 점점 밝아지거나 점점 어두워지게 색의 변화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붓을 움직이며 천천히 차근차근하게 색의 겹침에 중점을 두고 겉뜨기 무늬를 가진 편물의 모습으로 캔버스 위에 이미지가 입체감으로 전달된다.

뜨개질도 그중 하나다.

뜨개질 한 올에 사랑도 한 올 함께 담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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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경 화가

뜨개 화풍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으로 뜨개질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대바늘 뜨개질의 역사는 북유럽이 유명하다. 특히 영국 스코틀랜드 북동쪽 북해에 위치한 셰틀랜드 제도라고 전해진다. 이곳에서는 웨딩 링(wedding ring) 숄을 처녀들이 집에서 기르는 양의 털을 잘라 실을 짜서 몇 년에 걸쳐 뜨개질한 작품으로 결혼식의 신부 베일로 사용하고 자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준다고 한다. 이 웨딩 링 숄은 아주 가는 실로 떠서 결혼반지가 가볍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얇고 정교해야 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섬세한 정성과 사랑을 담았을까!

나는 사실 뜨개질로 몇 번의 결과물을 완성한 경험이 있다. 선물하기 위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한코 한코 떠가는 재미와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덩달아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 경험은 뜨개질 무늬로 그리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Yarn)은 뜨개질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어떤 실을 고를지와 계절에 따라 또 누가 입을지에 따라 실의 촉감과 색상 실의 무게도 중요하고 입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듯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과물이 완성된다. 뾰족한 바늘일수록 뜨개질할 때 곱게 떠진다. 붓도 끝이 살아있어야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실 마다 다른 매력이 있듯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볼 수 있고 작품에 시간이 녹아있고 내 정성을 기록할 수 있어서 좋다.

뜨개질로 결과물이 완성되는 것도 더디고 힘들지만 내 작업 과정은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집약된 노동의 결과물이다.

세 번에 걸쳐 배경이 되는 밑 작업은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밑 작업이 끝난 뒤 가장 먼저 하는 게 자로 줄을 긋는 것이다. 자를 이용해 줄을 긋고 또 자유롭게 선을 그은 다음 뜨개질하듯 여러 번 반복하며 점점 밝아지거나 점점 어두워지게 색의 변화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붓을 움직이며 천천히 차근차근하게 색의 겹침에 중점을 두고 겉뜨기 무늬를 가진 편물의 모습으로 캔버스 위에 이미지가 입체감으로 전달된다.

안다는 것은 서로의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 뜨개질도 그중 하나다. 감성과 열정이 담긴 작품은 입체감과 두께 감이 있어서 따뜻함을 느끼고 관람객들이 손으로 만지고 싶은 충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코 한코 내 생각이 캔버스 위의 물감이 붓 놀림으로 반복되면서 작품이 완성된다.

붓 놀림을 하다 보면 지나간 시간만큼 흔적들이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내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

뜨개질 한 올에 사랑도 한 올 함께 담아 그리고 있다.

공간을 아늑하게 해주는 푹신한 쿠션처럼 독특한 '뜨개 화풍으로 그리다'는 대중들의 공감을 이끄는 소재로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걸음을 멈추고 작품 속을 사유하기도 한다. 대바늘 뜨개질의 가장 기본적인 겉뜨기 무늬는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되어 나의 창작 세계를 풍성하고 재미있게 열어주고 있다. 외롭고 힘들지만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라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든 주고 싶어서이고 또 살아남기 위해서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경험을 비춰보면 뜨개질이라는 행위가 가장 좋은 순간은 무아지경에 이를 때이듯 캔버스 위에 물감을 이용해 붓으로 그리는 반복되는 행위도 이와 비슷하다. 나는 붓으로 뜨개질하면서 꾀부리지 않고 한눈팔지 않고 인생의 완성작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내 작품의 특징은 정교하고 섬세한 뜨개질 무늬로 때론 무심한 듯 거칠고 굵은(Giant Yarn) 실로 뜨개질하듯 독특한 창작기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대중에게 더 많이 기억되고 사랑받지 않을까? 정우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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