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국방 반도체의 메카 대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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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모리 부문에 편중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개발과 파운드리 시장 확보를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만 잘 활용해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 국방 반도체 산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파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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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메모리 부문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기업 등 후발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메모리 부문에 편중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개발과 파운드리 시장 확보를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반도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자·정보통신 산업뿐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레이더나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고출력 반도체 소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가 레이더로 목표물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안테나에서 방사된 전자파 신호를 목표물까지 보낸 후, 반사된 신호를 수집해야 한다. 이 작업에는 매우 높은 출력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고도의 기술과 자본이 요구되는 분야다.
필자가 군대에서 생활하던 1990년대 말에는 분대별로 FM 무전기가 한 대씩 보급돼 있었다. 흔히 전쟁영화에서 보는 네모난 무전기로, 한 대의 가격이 무려 1000만 원 정도였다. 요즘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 원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군용 장비가 높은 신뢰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비싼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는 규모의 경제로 인한 문제다. 사실 스마트폰이 연간 수백만 대 이상 팔리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제품을 많이 생산할수록 생산단가는 낮아진다. 군용 제품들은 스마트폰처럼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려우므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용 문제로 국내 생산이 어려운 국방용 반도체는 대부분 국가에서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고, 국방 경쟁력과 직결돼 있어 수입조차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국방용 반도체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국방 반도체 분야 육성과 고도화를 위한 전략과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전에는 다양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다. 화합물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관부터 반도체 공정과 성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관, 이를 패키징할 수 있는 기관도 있다. 일례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경우 반도체 공정에 대한 신뢰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으며 국방용 레이더, 위성 등에 탑재되는 RF 반도체의 성능 테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만 잘 활용해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 국방 반도체 산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파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전시와 방위사업청이 국방반도체센터의 대전 설립을 확정하면서 국방 반도체 자립을 위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됐다. 이제 우리도 레이더나 위성시스템 설계부터 부품 장치를 비롯한 반도체 소자까지 국산화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대전이 국방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조치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파측정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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