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송강호와 닮은 행보?…내겐 너무 과한 칭찬” [인터뷰]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한국계 연출자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제작때부터 매료…자신 있었죠
늘 감사하는 맘으로 연기 할 것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로 미국 에미상을 휩쓴 이성진 감독(오른쪽)과 배우 스티븐 연이 화상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사진은 지난 달 16일(한국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 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들을 손에 쥔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감독과 스티븐 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아시안 웨이브. 그 중심에는 한국계 연출자 이성진(43)과 배우 스티븐 연(한국명 연상엽·41)이 있다. 이들이 지난해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공개 직후 글로벌 차트를 ‘올 킬’한 데 이어 골든글로브, 프라임타임에미상(에미상) 등 미국의 권위 있는 시상식을 잇달아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은 “한국 팬들의 뜨거운 지지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 ‘성난 사람들’을 통해 전 세계, 특히 한국과 연결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티븐 연

주인공 대니를 연기하고 제작까지 참여한 스티븐 연은 드라마가 이룬 놀라운 성과들에 대해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쏟아 부은 만큼 “자신 있는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이 제작 단계 때부터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어요. 우리는 이 드라마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죠.”

자신 있었기에 혹시 이번 드라마가 자신에게 가져다줄지 모르는 영광스런 수상의 순간을 위해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 순간(수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 생각을 정리해 놓으려고 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또 의미 있는 순간들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해 놨죠. 그런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더라고요. 정작 무대 위에서는 전부 잊어먹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게 되더라고요.”

한국계 배우로서 그가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이번 드라마로 에미상에서 지난해 ‘오징어게임’의 이정재에 이어 동양인 배우로는 두 번째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2020년에는 ‘미나리’로 동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티븐 연 행보가 우리나라 대표 배우인 송강호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는 “송강호 배우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성진 감독과 늘 서로의 영웅 같은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서로 공통의 영웅이 바로 송강호 배우에요. 송강호 배우와 저를 비교하는 건 말이 안돼요. 칭찬해주시려는 의도는 감사하지만 그 비교만큼은 반박하고 싶네요.”

동양인 배우의 입지가 한없이 좁았던 2000년대 초부터 편견을 깨는 연기와 캐릭터로 조금씩 입지를 넓히고 할리우드 대표 배우 자리에까지 올라선 스티븐 연. “여전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그는 “다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 했다.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