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리그 아쉬움 딛고 '챔피언' 되찾으러, '당구 진심러' 최혜미-김예은[인터뷰下]

김성수 기자 2024. 2.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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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팀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2023~2024 여자 프로당구가 시즌 8번째 정규투어인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을 4일 열었다. 단 한 명의 챔피언을 향한 토너먼트가 다시 시작된 것.

'어제의 팀리그 동료'이자 '오늘의 경쟁자'가 된 김예은(24‧웰컴저축은행)과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는 모기업의 이름이 걸린 대회에서 왕좌를 되찾겠다는 마음이다. '최연소'와 '최초'의 이름을 달고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두 선수는 5일 열리는 64강전을 시작으로 새로운 여정에 임한다.

김예은과 최혜미는 시즌 내내 한 팀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답게 매끄러운 '티키타카'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선수이기에 다양한 주제 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스포츠한국은 투어 개최 전 최혜미가 상주하는 경기도 고양의 당구클럽에서 두 선수를 만나 나눈 당구 이야기 기사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웰뱅 챔피언 짝꿍' 김예은-최혜미, '서로 당구인생 바뀐다면'[인터뷰上]

팀리그 아쉬움 딛고 '챔피언' 되찾으러, '당구 진심러' 최혜미-김예은[인터뷰下]

웰컴저축은행 최혜미(왼쪽)와 김예은.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배려와 존중' 속 가까워진 '뱅크샷 장인들'

올 시즌 웰컴저축은행 구단의 팀리그 멤버로 함께하며 복식 조로도 많은 호흡을 맞춘 최혜미와 김예은. 두 사람은 배려를 기반으로 한 팀워크를 펼치며 한 시즌 만에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김예은은 "복식 경기를 할 때 내 타석이 아니더라도 파트너 뒤에 서 있는 편이다. 동료가 의견을 구할 시, 앉아 있는 것보다 2~3초를 단축할 수 있다. 또한 두세 걸음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공의 배치를 보고 있으면 길을 훨씬 빠르게 찾는 경우다 많다. 타석에 서면 시야도 좁아지고 생각도 많아져 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그 때 뒤에서 보고 의견을 바로 제시해주면 코스 선택과 자신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본인의 노하우를 밝혔다.

최혜미 역시 김예은과 복식 조로 함께했을 때 감탄했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당구가 개인 기량을 압도적으로 중요시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식 경기에서 대기석에 앉아 있을 때, 대부분 선수 본인의 익스텐션(큐가 닿지 않는 어려운 공 배치를 해결하기 위해 큐에 부착하는 연장 도구)을 자신과 가깝게 놓는다. 하지만 우리는 예은이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대기자가 경기 중인 파트너의 익스텐션을 뒤에 들고 서 있었다. 도구가 필요할 때 직접 자리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어서 정말 편리했다"고 말했다.

ⓒPBA

두 선수는 팀리그에서 같은 팀의 복식 조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개인 투어 결승전에서 맞붙기도 했다. 어제는 미웠던 상대의 주특기가 오늘은 아름답게 보일 수 있고, 그 반대도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최혜미와 김예은이 뽑은 상대방 '최고의 기술'은 무엇일까.

먼저 김예은은 "혜미 언니의 뱅크샷(수구로 쿠션을 먼저 맞힌 후 목적구를 맞히는 기술, 성공하면 2득점)은 예술이다. 특히 개인전에서 원뱅크(쿠션을 먼저 1번 맞히고 목적구를 맞히는 뱅크샷)를 내주면, 마음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듯하다. 하지만 같은 팀일 때는 언니가 뱅크샷을 치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웃음). 한 번은 서로 뱅크샷이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언니, 갈 거죠?'라고 물었더니, 혜미 언니도 '그럼, 가야지'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는 서로의 '뱅크샷 칭찬 릴레이' 서막에 불과했다. 최혜미는 이어 "오히려 예은이가 뱅크샷을 더 잘 친다. 나는 원뱅크 위주로 치고, 거리가 있고 애매한 공에는 엄두도 못낸다. 하지만 예은이는 투뱅크(쿠션을 먼저 2번 맞히고 목적구를 맞히는 뱅크샷)로 해결한다. 기본적으로 뱅크샷 자체를 잘 치고, 득점의 수를 훨씬 많이 알고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김예은은 "나는 원뱅크에 강하지 않기에 언니가 부럽다"고 웃으며 "마지막 2점 남았을 때 뱅크샷으로 경기를 끝낼 때가 가장 기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PBA

▶팀리그 아픔 딛고 '다시 여왕으로'

팀리그 원년 2020~2021시즌부터 3년 연속 파이널 무대를 밟았던 '명가' 웰컴저축은행은 올 시즌 정규리그 막바지까지 순위 경쟁을 펼쳤지만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실을 맺을 듯 맺지 못했기에 더욱 아쉬운 시즌으로 남았다.

김예은은 "4라운드에는 성적이 좋아 부담은 없었는데, 정규리그 마지막 5라운드에서 승점 한두 점을 오가는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게 되더라. 한 세트씩 내줄 때마다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웰컴저축은행은 늘 파이널에 진출했던 팀이었기에 더욱 아쉬음이 큰 시즌"이라고 말했다.

최혜미는 김예은의 말을 듣더니 "팀의 막내가 무거운 짐을 다 안고 가려는 게 보여서 안쓰러웠고, 언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팀리그를 아쉽게 마무리한 두 선수지만, 아직 만회의 기회는 남아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시즌 8번째 정규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이 바로 그것. 모기업의 이름을 건 대회이기에 두 선수의 사명감도 하늘을 찔렀다. 최근 10개 투어 포인트 랭킹 32위 안에 들어 시드를 받은 최혜미(10위)와 김예은(7위)은 이날 오후 7시45분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64강전으로 대회를 시작한다.

김예은은 "팀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전력으로 임할 것이다. 모기업의 이름이 걸린 대회라 부담도 있지만,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혜미 역시 "지난해 11월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예은이와 '웰컴저축은행 집안잔치'를 펼치자 구단에서 정말 기뻐했다. 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님의 멘탈 코칭과 레슨 지원이 좋은 성적의 밑거름이 됐기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웰컴저축은행 최혜미(왼쪽)와 김예은.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최혜미-김예은에게 '당구란'

나만의 당구 인생을 걸어오며 여자 프로당구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선 최혜미와 김예은. 두 선수 마음 속에 자리한 '당구'란 무엇일까.

김예은은 "나에게 당구는 '미래'다. 물론 당구선수 '이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웃음). 어릴 때 당구를 시작해 10년 넘게 선수생활을 하면서, 환경적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많은 부분들이 피부로 느껴진다. 은퇴 이후에도 꿈나무 육성, 부조리 타파 등 당구의 발전을 위해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유튜브 댓글 등에서 선수들에게 익명으로 선 넘는 비난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선수, 팬 포함 당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당장 챔피언이 되는 것보다, 꾸준한 변화로 미래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예은의 당찬 포부를 이은 최혜미의 '찰떡 비유'가 인터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나에게 당구는 '애인'이다. 좋을 때도 많지만, 싫을 때는 서운해서 울기도 한다. 하지만 좋아해서 사귀는 동안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공이 잘 맞을 때는 매일 보고 싶지만, 안 맞는 순간 당구의 '당'도 말하기 싫다. 하지만 결국 당구를 쳐야 하고 좋아하기에 매일 당구장에 와서 공을 본다."

ⓒPBA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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