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라 메기효과에 웃은 완성차, 방심은 금물

박찬규 기자 2024. 2. 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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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5%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에도 10%를 훌쩍 넘긴 테슬라 실적은 놀라웠다.

글로벌 완성차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테슬라 영업이익률은 연간 9.2%로 주저앉았다.

테슬라의 '메기 효과'로 인해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오히려 생존 능력이 강화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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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격 경쟁 본격화 원년,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 경쟁도 시작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고수하던 생산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효율을 우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와도 전기차 시장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테슬라가 주목받은 건 높은 영업이익률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5%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에도 10%를 훌쩍 넘긴 테슬라 실적은 놀라웠다. 2021년 12.1%, 2022년 16.8%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사이 현대차는 같은 기간 5.7%, 6.9%에 그쳤다.

지난해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다. 글로벌 완성차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테슬라 영업이익률은 연간 9.2%로 주저앉았다. 토요타 10.4%, 현대차·기아 합산 10.2%에 미치지 못한다. 테슬라의 '메기 효과'로 인해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오히려 생존 능력이 강화된 상황이다.

테슬라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악화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딱히 경쟁자가 없었지만 현재는 가격을 낮춰 팔아야만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다. 테슬라가 아니어도 눈길이 가는 제품이 늘어서다.

럭셔리 차종을 보더라도 메르세데스-벤츠는 EQS, BMW i7이 출시됐고 롤스로이스도 전기차 스펙터를 내놨다. 성능을 우선하는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RS e트론 등 전기스포츠카도 판매량이 꾸준하다. 일반형으로는 폭스바겐 ID.4,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게다가 BYD를 필두로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본격화됐다.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강점은 내연기관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그동안 설계와 생산과정 등을 개선하면서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수익이 많이 나는 차종 판매가 급증하면서 성과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테슬라 차종이 충전 중이다. /사진=로이터
완성차업체들이 테슬라를 완전히 능가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감소했을 뿐 판매량은 여전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다소 뒤처지기 했지만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차) 선두주자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가능성은 충분하다. SDV의 장점은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수익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여러 기능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SDV는 자율주행 빅데이터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필수로 꼽힌다.

현대차와 토요타 등 완성차업체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조심스럽다. 투자할 곳은 많은데 전기차 가격경쟁이 본격화되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생산 측면에서 테슬라 메기효과에 웃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제품을 넘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열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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