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로 핵전쟁 위협… ‘속전속결’ 南 기습도 노린다 [밀리터리 월드]
-北, 美 확장억제 공약 무력화... 교전시 한국만 상대 셈법 강화
-北, 한미 동맹 강력함 알아 위험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北, 미사일과 핵무기 보유로 더 대담한 도발 나설 가능성
-우크라전쟁, 중동전쟁, 타이완 긴장 등 국제 정세 北에 유리
-전문가 北 단기 기습, 속전속결전에 민관군경 통합훈련 강화 제언
-한미동맹, 한미일 연합방어체계 완비, 평시 실효적 대응능력 갖춰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 북한의 올들어 4번째이자 사흘 만에 서해상으로 쏜 수발의 순항미사일을 포착했다. 통상 순항미사일은 방향성 등을 예상하기가 어려워 요격이 쉽지 않은 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흘 새 4번이나 핵 탑재가 가능한 화살-1또는 2형이나 불화살 3-31형 등 시험발사를 한 배경에 대해 "정밀타격 연습을 통해 타격의 정확도를 높여 무기체계의 완성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지원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꾸기 위해 순항미사일을 통해 한반도 긴장과 위기를 고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군함 건조 실태를 순시하고 노골적으로 전쟁 준비를 위한 해군 무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 유사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선제 타격을 제외한 개략적 단기속전속결전의 개념과 우리의 대응에 대해 살펴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간)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와 인터뷰에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실망한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갈루치 전 특사는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며 "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하노이 미북 양자회담에서 빈손으로 나온 데 대해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했으며, 이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추구와 남한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북한의 정책은 모두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핵심 의견은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공약을 저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도시들을 인질로 잡으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지키지 않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북한은 남한과의 교전에서 미국 없이 한국만 상대할 것이라는 셈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갈루치 전 특사는 현재 북한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미국과의 관계에는 관심이 없으며, 북한은 중국을 다시 포용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북한 전략의 변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위협할 수 없었던 방식과 달리 핵무기, 특히 ICBM의 사거리와 운반수단을 재강조하는 것이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는 "북한은 한미 동맹이 재래식 측면이나 핵 측면에서 훨씬 강력하다는 걸을 알고 있고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의 위험은 계속되어 왔고 계속 고조되고 있고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높지만 전면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셰퍼 전 대사는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노력은 다가오는 미국 대선 때문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다른 고립주의 공화당 후보가 승리해 한미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라는 자신들의 주요 전략적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라고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이 2012년 이후 지도부의 강경파가 득세해 미사일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과거보다 더 위험한 도발 행위에 나서도 (국제사회의)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더 대담해질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 등 국제 정세도 북한에 유리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어떻게든 한국을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통제하려고 시험해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군사전문가는 북한은 유사시 주로 군사작전 지휘통제를 위한 중요 수단인 C4ISR, 레이더 시스템을 포함한 정밀유도무기(PGM) 시설, 군사핵심시설 및 국가 중요시설 마비, 도시침투에 의한 도시마비, 산악유격전을 감행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엄홍섭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본지에 "서울은 휴전선으로부터 50~60km 범위 내에 위치한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외에도 생화학 무기와 장사정포를 이용, 한미일의 주요 군사전력에 대해 심대한 타격과 마비현상을 가져올 수 있는 나름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엄 교수는 "유사시 북한은 기습적으로 우리의 전쟁지휘부와 국가보안시설을 타격하는 전략을 감행하고 남한에 잘 발달된 기반 시설인 도로망을 이용해 기계화부대가 신속하게 전진해 속전속결로 남한을 차지하겠다는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 핵심 전력인 특수전 부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리 침투해서 중요한 지점을 모두 사전에 선점해 확보한다는 전략전술을 세워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방의 일부만 돌파하면 신속하게 한국의 중심지역까지 후속 보급을 차단하고 남한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도심지역에서 각종 테러를 자행하고 가스, 수도, 전기, 물류 등 주요시설을 차단하고 혼란을 발생시켜 일시에 도시의 기능이 마비시켜 국가가 대혼란에 빠지게 하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북한 11군단 예하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부대도 남한 후방지역에 바로 침투하도록 계획돼 있다. 주요산악지역에서 유격전을 전개하고, 후방에 우리 국민들을 겁박하면서 후방지역 핵심시설 마비와 전쟁의 주요 요소인 보급이나 예비군 병력 동원과 미군 및 주일 미군 증원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엄 교수는 특히 "수도권 이북은 정규부대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지만, 현재 계획으론 민관군경 통합으로 작전을 하게 돼 있는 후방지역에는 향토사단 중심으로 전력이 잘 발전되어 있지 않고 강력한 예비군 동원 전력도 현재로선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단기속전속결전 시나리오에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선 지속적인 (민관군경 통합) 훈련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3축 체계 등이 모두 완료가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갖고 있고 있는 능력과 한미동맹, 한미일 연합방어체계 완비를 통해서 대응능력을 갖추고 그것이 바로 실효될 수 있도록 훈련과 경보전파 체계 등을 점검하는 노력이 평시에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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