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최원종·최윤종 '무기징역' 이면 해결?…"이상동기 범죄 대책, 日서 배워라"

이기범 기자 2024. 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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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순찰 역량 강화'·법무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논란 여전
전문가 "무차별 상살 범죄, 日은 사회적 고립 문제 진단 대책 마련"
신림동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8월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8.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사건,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지난해 한국 사회를 흔든 이상동기 범죄다. 각각의 범행을 일으킨 조선, 최원종, 최윤종은 최근 잇따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분노했지만, 피의자들은 1심 판결에 항소했다.

이상동기 범죄는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진단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예방'·법무부 '처벌' 강화 추진했지만 논란 여전

지난해 8월 잇단 이상동기 범죄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치안 역량 강화를 통한 '예방'과 형벌 강화를 통한 '처벌'에 초점을 맞췄다. 우범 지역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이 골자였다.

이에 경찰은 당시 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특별치안 활동을 벌였다. 또 올해부터 기동순찰대, 형사기동대를 신설하는 등 순찰 인력을 1만명 가까이 추가 확보해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순찰을 강화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자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후자는 인력 확보 없이 돌려막기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형사들이 대거 범죄 예방 활동에 투입되면서 수사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치안 역량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의경 부활이 거론됐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백지화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추진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찬반양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금고가 필요하다는 찬성 여론과 함께 범죄 예방 효과가 불분명하고 엄벌주의만 강화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사형의 대안이 아닌 사형제 존치 상태에서 도입될 경우 일반 범죄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어떠한 대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도입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단순히 '느린 사형'의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0년 사형제 합헌 결정을 하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위헌성을 언급하며, 현행법으로도 가석방 제도의 운영 여하에 따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견해를 따라 최윤종 사건 재판부는 "무기징역은 20년 경과 후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국민적 공분을 산 무기징역 확정 수형자는 가석방 여부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으로 영구히 격리해 그 자유를 박탈하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이 지난해 7월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공동취재) 2023.7.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 대책은 미봉책…"다자간 협력 체계 필요해"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진단 자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문제인데, 관련 통계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경찰 순찰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현장 인력 부족 문제가 있으니 의경 부활을 얘기하고, 정치인 테러 문제가 터지니 정치인 신변 보호에 기동순찰대를 활용하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기존 정책을 짜깁기로 시행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상동기 범죄에 따른 정부 통계가 없어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상동기 범죄 유형과 특이점 등을 구체적 통계로 관리하는 '경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특히 전문가들은 처벌에 중점을 둔 대책은 증상만 완화하는 '대증요법'으로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일본이 무차별 살상 범죄를 사회적 고립 문제로 진단하고 관련 부서를 설치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정숙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이상동기 범죄는 한 부처만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위원은 "사회적 유대가 갈수록 약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일탈적, 반사회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온라인 공간 등에서 자신의 사고를 강화할 수 있는 자극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상동기 범죄는 형사정책적 방안을 통해서만 예방될 수 없고 사회 복지정책이 함께 개선되면서 비공식적 사회통제 시스템이 함께 작동될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경찰 혼자만 순찰해선 예방 효과 없다. 범정부 차원의 네트워크 협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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